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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쉴곳 내어준 꽃집 주인을... 무참히 살해한 노숙인 징역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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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8년 확정

조선일보

/일러스트=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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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에게 잘곳과 음식을 내어주는 등 봉사를 해온 가난한 노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노숙인 남성에게 징역 18년형이 확정됐다. 건물 관리를 자신에게 맡기지 않고 다른 노숙인들에게도 용돈을 내어주는 등 자신을 무시했다고 느낀게 범행 동기였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B씨를 마구잡이로 폭행하고 전선을 이용해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시장에서 꽃과 화분 등을 파는 가난한 노인이었다. 그는 4년 전부터 없는 형편에도 A씨와 같은 노숙인들에게 자신이 관리하는 건물 옥탑방을 내어주고 밥값을 손에 쥐어주는 등 그들을 돌봤다. 그는 A씨에게 매일 1만원의 용돈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A씨는 B씨가 다른 노숙인들에게도 쉴 곳을 마련해주고 용돈을 주는 등 호의를 베푸는 일이 탐탁지 않게 느껴졌다고 한다. 특히 B씨로부터 건물 관리 일을 넘겨받으려고 했지만, B씨가 거절하자 앙심을 품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이들로부터 ‘B씨가 당신을 안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찾아간 A씨는 B씨가 ‘네 방에 가서 자라’라고 말하자 자신을 무시한다 생각해 B씨를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는 이종 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다만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의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판단했다. 1심이 A씨의 살해를 ‘보통 동기 살인’으로 본 것과 달리 2심은 ‘비난 동기 살인’이라고 봤다. 기본 양형기준은 ‘보통 동기 살인’은 징역 10∼15년, ‘비난 동기 살인’은 15∼20년이다. 2심은 “B씨는 자신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음에도 호의를 베풀어 왔고, A씨 역시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아왔다”며 “A씨는 B씨가 다른 이들에게도 잘 대해 주고, 건물 관리 일을 자신에게 넘겨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것이 불만이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살인범죄 양형기준이 별다른 이유 없는 무작위 살인을 비난 동기 살인으로 규정해 보통 동기 살인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는 근거는 피해자가 영문도 모른 채 생을 마감해야 하는 억울한 결과를 반영한 데 있을 것”이라며 “A씨의 범행을 비난 동기 살인에 준해 처벌하는 데에 무리는 없다”고 언급했다.

2심은 “A씨는 범행의 증적을 은폐하고 체포를 면탈하려고 시도해 범행 후의 정황이 나쁘다”며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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