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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체포동의안 앞에 태연한 정정순,속터지는 민주 “검찰 조사 응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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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정순 민주당 의원은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완료일(15일)에도 검찰에 출두하지 않고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당에선 "국감 중 체포동의안을 발부하는 건 검찰의 무리수"란 시각도 있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정 의원 대처가 미숙했다"고 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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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오늘 최고위원회를 열고 정정순 의원이 검찰조사에 성실히 응하도록 결정했다. 만약 정 의원이 당 지도부의 결정과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윤리감찰단에 직권조사를 명하기로 했다.”

23일 오전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낭독한 내용이다. 회견문은 여러가지 뒷말을 낳았다. 정당이 소속 의원에게 “검찰조사에 응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모습도 이례적이지만, 지시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후속 대책을 함께 밝힌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 “행간에 지도부 고심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민주당 당직자)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정 의원은 4·15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회계부정 등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 수사망에 올랐다. 정 의원의 회계책임자가 2018년 청주시장 경선, 올해 총선 회계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며 고발한 게 발단이었다. 정 의원이 8차례에 걸친 검찰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자, 검찰은 지난달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공소시효 만료일에 기소했다. 정기국회 중 불체포특권을 가진 현역의원을 체포·구금하기 위해선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난처해진 것은 민주당이다. 일단 “국회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지난 13일, 김태년 원내대표)고 밝혔으나, 실제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되는 모습 자체가 부담스럽다. 민주당의 한 핵심 의원은 “‘방탄국회’도 안되지만 ‘잡아가라’고 내주기도 참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지도부 “검찰 가라” 정 의원 “알아서 한다”



민주당의 최대 고민은 정 의원의 태도다. 이미 지난달 지도부가 한 충북 지역구 의원을 통해 “검찰에 출두하라”는 뜻을 전했지만, 정 의원 쪽에서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정 의원은 최근 지역 정치인 모임에 참석하는 등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참석자는 “그의 평화로운 모습에 참석자들이 다들 혀를 내둘렀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검찰 수사에 대처하는 방식도 일반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충청 지역 재선 의원은 “선거법 위반에 따른 피소는 의례적인 일”이라며 “검찰 수사는 성실히 받아야 한다. 안 간다고 답이 있느냐”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회계책임자에게 약속한 자리를 주지 않아 관계가 틀어졌다고 들었다”며 “그를 잘 설득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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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 지역구(청주 상당)는 보수세가 강한 곳이다. 19·20대엔 정우택 전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였다. 지역에선 ″관료 출신이란 점이 부각됐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은 8월 충북 수해복구 현장에 참여한 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정 의원(왼쪽 둘째부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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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정 의원을 수사하는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가 현 정권을 수차례 비판해온 점을 들어 “여당 의원을 타깃 삼은 수사”(한 당직자)란 동정론도 있다. 그러나 충청 지역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강경한 건 맞지만, 정 의원이 미숙하게 대처한 것 또한 사실 아니냐”고 했다.



정우택의 참모, 노영민의 동창



정 의원의 정치적 이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늘공’ 출신인 정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전 의원이 충북지사로 있던 2006~2010년 충청북도 경제통상국장을 지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선 정 전 의원의 선거 공약 ‘오송개발플랜’을 주도했다. 그런 이력 탓에 2017년 정 의원의 민주당 입당 때 당내에선 “보수정당 사람이 넘어왔다”는 말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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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순 의원은 7급 공무원부터 시작해 행안부 국장을 거쳐 충북 행정부지사까지 지냈다. 지역에선 입지전적인 인물이란 평가다. 사진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업애로사항 해결 공무원에 주는 '섬김이 대상' 수상자였던 정 의원(당시 충북 경제통상국장)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모습. [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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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에 출마할 즈음엔 당내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의 ‘빽’”이란 소문도 돌았다. 정 의원과 노 실장은 청주고 49회 동창이다. 다만 한 당직자는 “확인해보니 노 실장과 막역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의원이 28일 본회의 전까지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당의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을 제명해 무소속 상태로 체포동의안을 올리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엔 “그런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 의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실상 닷새 밖에 없다. 중앙일보는 정 의원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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