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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망자 독감 백신 2쌍 일치…질병관리청 '접종중단'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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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번째, 13·15번째 사망자 동일 제조번호 백신 맞아

질병청 오늘 전문가 의견 수렴…의협은 중단 권고해 현장 혼선  

아시아경제

전국적으로 독감백신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22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동부병원에서 평소보다 적은 인원이 독감을 접종하기 위해 접수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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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숨지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해 국민 불안이 가중되면서 질병관리청이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중단' 기로에 섰다. 그동안 사망자는 서로 다른 제조번호의 백신을 맞아 백신 자체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전일 같은 제조번호의 백신에서 사망자가 2건(4명) 나오면서 일시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와 백신간 직접적 연관성이 뚜렷하게 밝혀진 사례는 아직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에서 과도한 공포심 조장은 국민 건강 측면에서 불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일부 동일 제조번호의 백신에서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세부 조사를 실시하고 일시 중단을 고려하자는 의견도 있어 질병청이 고심하고 있다.


23일 질병청은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와 예방접종 전문위원회를 개최하고 추가 사망 신고 사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접종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회의에서는 사망자 발생에 따른 접종 중단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전문가 의견을 면밀히 들어 향후 접종 일정과 사망자 발생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신학회 "직접적 원인 가능성 낮아"
"접종 중단 시 더 큰 혼란 야기" 우려


'접종 중단'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동일한 제조번호로 인한 사망자는 2건인데 우연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제와서 접종을 중단하면 더욱 큰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독감은 11월 말에서 12월부터 유행이 시작된다. 항체가 형성되는 시간이 백신 접종 후 2주 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이달,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한다. 이 교수는 "지난달 21일 백신 일부가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사업을 전면 중단해 접종 일정이 늦춰졌는데 이번에 또 늦추면 백신 접종 시기를 아예 놓쳐 국민 건강에 큰 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신학회도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황응수 백신학회장은 "사망 사례가 지역적으로 국한되지 않고 제조사ㆍ생산고유번호가 다르며 발현 증상이 일치하지 않는 산발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독감 백신의 사인으로 알려진 알레르기 중증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와 연관된 전형적인 경우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면역저하자들은 독감 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칠 수 있어 더욱 접종을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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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20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 접종을 받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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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철저한 조사 필요"
"의료현장서 부작용 호소 예년보다 많아"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오늘부터 29일까지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잠정 유보할 것을 권고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예방접종 후 사망보고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사망환자의 부검과 병력 조사 등을 통해 백신과의 인과성을 정부가 정확하게 규명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며, 사망자가 발생한 백신 다수가 정부 조달 백신인 만큼 유통과 보관 과정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에서 독감 후 부작용을 보는데 최근 부작용 사례들을 보면 미열, 피곤감 등 주로 경증을 호소했던 예년보다 심한 증상이 많다"면서 "1~2주 정도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사망자 가운데 동일한 제조번호(로트번호)로 생산된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례가 2건(4명) 발생했다. 11ㆍ22번째 사망자가 SK바이오의 '스카이셀플루4가'(로트번호 Q022048), 13ㆍ15번째 사망자가 '스카이셀플루4가'(로트번호 Q022049) 백신을 맞았다. 로트번호는 단일 생산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제조ㆍ조립해 동일한 특성을 갖는 제품군에 부여하는 고유번호로 당일 생산된 제품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같은 제조공정, 동일 로트번호의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백신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동일 제조번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관련 대책을 논의중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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