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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백신 못 믿겠다"…지자체·병원·시민 '셀프 접종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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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새 30명 넘게 사망 '독감백신 포비아' 확산…병원 썰렁

전문가들 '같은 제조번호' 2명 사망에 주목…"원인규명 우선"

뉴스1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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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강수련 기자,김근욱 기자 =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병원. 이곳은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 지정병원'이다. 이를 알리는 홍보 문구도 입구에 떡하니 붙어 있었다. '예방접종은 20~30분 대기해야 한다'는 안내판도 보였다.

다만 내부는 문밖의 안내와 달랐다. 시쳇말로 파리만 날렸다. 대기환자는 60·70대 2명뿐. 그마저도 내·외과 진료를 앞둔 환자였다. 병원 관계자는 "독감백신 접종자가 아예 없다. 이제 안 온다"고 했다.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하는 인근의 다른 병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15개 좌석 중 10개 좌석은 채워져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였다. 병원 관계자는 "독감백신 무료접종 시작했을 때 하루 200명씩 왔고 이번 주 초만 해도 100명정도 왔다"며 "통계를 아직 못 내긴 했는데 어제오늘 정말 많이 줄었다"고 했다.

독감백신 현장이 며칠만에 딴판이 됐다. 바글바글했던 독감백신 접종 의료기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문의전화도 안 온다.

'독감백신 포비아' 여파다. 접종 후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시민들의 공포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0시 기준 사망자 수는 32명. 이는 일주일만에 나온 수치다. 2009~2019년 10년간 독감백신 접종 이후 숨진 사례(25명)보다 많다.

한 백신공장에서 같은 날 생산된 백신(동일한 제조번호의 독감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례 2쌍이 확인된 것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보건당국은 애초 동일 제조번호로 인한 접종 후 사망자가 2명 이상이면 해당 접종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만큼 위험하고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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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잇따르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오후 1시 독감 백신 접종이 시작된 대구 북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앞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이곳은 독감 백신 접종을 위해 많은 시민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며 줄지어 기다리던 공간이다. 2020.10.2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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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상황이 잇따르자 일선 현장도 곧바로 반응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병원 측이 아예 무료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사고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는 전날 관내 의료기관을 상대로 '예방접종 보류'를 권고했다. 관내 A의원 관계자는 "구에서 지침이 내려와 오늘(23일)부터 무료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도 이날부터 일주일간 무료접종을 보류하기로 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셀프 접종 중단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노인·장년층에서 주로 포착된다. 60대 남성 김모씨(63)는 "독감백신 상온노출 논란 때부터 불안해 접종을 미뤄왔는데 이젠 사망사고 사례까지 나와 아예 생각을 접었다. 독감은 걸려도 치료제가 있지 않나"라며 "물론 철저한 몸 관리로 예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모를 모시는 정모씨(65)는 "독감백신 사망자가 대부분 고령층이다. 아흔둘 어머니가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아예 안 맞는 게 낫겠다 싶어 어머니께 말씀드렸고 동의하셨다. 코로나19도, 독감도 걱정인데 올겨울은 너무 불안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전문가들도 독감백신 접종을 당분간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이 많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사고 건수가 25건(명)인데 올해는 일주일 만에 30건을 넘었다. 또 같은 제조번호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하는 사례도 나왔다"며 "정부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흔치 않은 사례에 대한 원인 규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 따라서 독감백신 접종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독감백신 접종과 사망원인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한 뒤 독감백신 접종을 재개해야 한다"며 "국민들도 해당 조사결과를 보고 맞는 게 좋겠다. 대부분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독감 유행이 늦춰질 수 있고, 독감은 타미플루 등 치료제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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