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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임병선의 시시콜콜] 윤석열 총장이 잘못 생각하고 말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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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윤석열 검찰총장이 15시간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23일 새벽 국회를 나서는 승용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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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나온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부터 정리해본다.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검찰총장이 장관의 부하라면 수사·소추가 정치인의 지휘에 떨어지게 된다.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건 정말 비상식적이다. (장관의 수사 지휘가) 근거·목적 등에서 위법한 건 확실하다. 장관의 부하라면 정치적 중립과 거리가 먼 얘기가 되고 검찰총장이라는 직제를 만들 필요도 없다.”

벌떼처럼 달려든 여당 의원들의 공박이나 윤 총장과 직접 충돌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장관의 반박은 이미 널리 보도돼 있다. 그렇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윤 총장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 검사는 “오늘 중앙정부기구 소속 청(廳) 수장 한 분이 국정감사장에 출석하여 ‘나는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데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면서 “장관의 지휘·감독과 국회의 국정감사 모두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견제인데, 전자는 부인하면서 국정감사에는 출석하여 답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가 친문 성향을 곧잘 드러낸 점은 감안해야 한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이 충돌하는 지점은 검찰이란 법무부의 외청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 독립성을 어느 정도로 존중하고 용인해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청은 외청의 형태를 띄지만 사무관할에 있어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로 분류된다. 더욱이 검사는 법적으로 개개인이 독립 관청의 지위를 부여받는다. 검찰의 수장에 ‘총장’이란 표현을 쓰는 것과 장관급으로 대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검찰청법 제8조(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를 들여다보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이라고 한) 추 장관 논리대로라면 법원이 법무부 소속 기관으로 되어 있는 프랑스, 독일 등 많은 유럽국가의 대법원장, 법원장, 판사들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여야 한다”며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규정 때문에 검찰이 사법기관은 아니지만 수사권의 본질이 사법권이라 이를 행사하는 검찰은 준사법기관”이라고 적었다. 이어 “검찰은 법무부 소속이지만 준사법기관이기 때문에 행정부인 법무부가 직속 상급기관이 될 수 없다”며 “형사소송법에 ‘사법(司法) 경찰’(police judiciaire)이란 용어를 쓰는 것도 수사권이 사법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법무장관이 검찰 조직을 멋대로, 특히 추 장관과 같은 정치인 출신이 검찰 조직을 좌지우지하는 일을 막는 한편, 검찰총장이 장관과 대거리를 하는, 특히 윤 총장과 같은 검찰주의자가 여당 의원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을 막는 것이 지금 검찰청과 그 사법권에 대해 용인하는 국민적 합의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장관도, 총장도 전횡하지 못하도록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신문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임하며 답변하거나 질문받는 과정을 한 자리에 모아봤다.공동취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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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추 장관이나 윤 총장처럼 한 번 생각하면 상대가 물러설 때까지 집요하게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성향의 인사들이 그 자리에 있어 충돌할 때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임기가 보장된 총장이 사임하겠다고 물러서지 않는 한 통제할 방법이 없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나란히 임명된 법무부 장관은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데,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쫓아낼 수 있겠는가? 따라서 과거에도 이런 일은 곧잘 있었고,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이다. 총장 임기만 보장됐을 뿐 조직의 독립성이 법적으로 불완전하게 확보된 검찰의 특수한 한계를 윤 총장이 한사코 ‘돌파’하려고만 드는 것도 문제로 보인다.

검찰의 특수한 지위 때문에 민주적 원칙을 특이하게 규정받고 두 직책이 운영의 묘를 살려나가는 것이 최선일텐데 현재는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뜻을 스스로 접기가 어려운 입지에 놓인 것도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발족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깨끗이 해소될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 여당 의원들이나 대깨문과 같은 부류들이 윤 총장의 발언이 공수처의 출범 정당성을 입증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작심하고 ‘오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나 추 장관이나 검찰을 제손으로 좌지우지하려는 목적 아래 잘못된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이 점은 분명하다.

이 밖에 추 장관의 두 번째 지휘권 행사를 30분 만에 수용하겠다고 밝힌 윤 총장이 정작 국감장에서는 “위법하다”고까지 표현한 것은 준사법기관의 장으로서 옳지도 않고 어울리지도 않는다. 대권 여론조사에서 후보로 거론된다고 하자 “지금은 제 직무를 다하는 것만으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고 답한 뒤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한 것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물론 이 질문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나아가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솔직히 검찰조직의 장으로 오히려 불리한 선택을 했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만약 검찰개혁 저지 등 나쁜 목적이 있었다면 수사는 안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 맞다”라고 답했다. 당시 수사가 검찰개혁과 관련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던 취지로 보이는데 굳이 이렇게 표현했어야 하는가 싶다.

임병선 논설위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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