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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법과사회] 윤석열 총장은 장관 부하 아니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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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총장은 법무부장관 부하 아니다" 상하관계 부정

검찰청법 따라 법무부장관의 검사 지휘감독권 명시

검찰 독립성 보장 이유로 해당 규정 '터부시'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법과사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과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부하가 아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법무부 외청인 검찰청의 수장이 상급기관장을 자신의 상관으로 부정하는 이 주장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요.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리적으로 장관 부하 아냐”

여당 측 인사들과 계속된 설전으로 화제를 모은 지난 22일 실시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감에서 윤 총장은 앞서 있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반발하며 자신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윤 총장은 “일단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만약에 부하라면 검찰총장이라는 직제를 만들 필요도 없다”며 “대검 조직이라는 것은 총장을 보좌하기 위한 참모조직이다. 이렇게 국민의 세금을 거둬서 대검찰청이라는 방대한 시설과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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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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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검찰청법 8조

그러나 윤 총장 발언과 달리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장관의 검찰에 대한 일반적 지휘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찰총장 역시 같은 법 제6조에 따라 ‘검사의 직급’ 중 하나이므로 일반적으로 법무부장관이 검사,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한다는 법리해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또 정부조직법에 따라 검찰청이 법무부의 외청으로 존재하는 하급기관이라는 점을 보면 굳이 검찰청법을 따질 것도 없습니다. ‘부하’라는 표현이 풍기는 과도한 주종관계의 뉘앙스가 거슬리더라도 공직사회에서 지휘·감독을 받는 관계라면 상사-부하 관계가 틀린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윤 총장이 “부하가 아니다”고 주장한 데 아무런 사정이 없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문제의 검찰청법 8조를 검찰조직이 오랫동안 사문화된 규정 취급한 것을 중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검찰청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던 이 규정은 소추기관이라는 검찰 조직의 특성상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그 활용이 터부시(금지하거나 꺼리는 것)했습니다. ‘행정-사법-입법’의 권력 분립이 이뤄진 사회에서 행정부 산하 기관장이 소추(기소)에 관여하면 이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규정 넘어서는 검사들의 ‘자의식’

기소를 독점한 검찰 조직이 ‘준사법기관’이라는 표현으로 스스로를 지칭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사법기관은 아니나 사법작용과 관련 있는 중요한 일을 하므로 자신들은 일반 행정조직과 다르게 취급해달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행정부의 외청장 가운데 검찰총장만 ‘장관급’ 대우를 하는 등 아무런 근거 없이 검사들을 ‘특별대우’ 해줬습니다. 현행범 체포와 같은 중요한 사법적 작용을 하는 경찰들은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부르지도 않고, 검사들처럼 특별대우를 요구하지도 않는 것과 대조됩니다.

문제는 이처럼 권력기관들 사이 암묵적 담합처럼 유지하던 ‘특별대우’를 검찰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용인할 수 있느냐일 것입니다. 윤 총장이 말한 것처럼 행정부 외청으로 검찰 조직을 두면서 굳이 대검이라는 관할 조직을 따로 두는 것이 옳은지, 법무부와 검찰사이의 알력싸움을 떠나 근본적으로 질문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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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에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사례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천정배 장관이 발동한 것이 최초였습니다. 이후 15년 만인 올해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두 차례나 발동했으니 “언젠가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 날이 온다”며 검찰개혁과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추 장관이 법무부-검찰청 간 관계에 얼마나 큰 변화를 노리고 있는지 실감케 합니다.

거꾸로 현직 검찰총장이 “나는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주장한 것은 그 말의 진의를 떠나 검찰의 대표자로서 법무부와의 전면적인 갈등도 피하지 않겠다는 하나의 선언으로 읽힙니다. 누구의 주장이 더 지지를 받든 간에, 이번 갈등이 기소기관인 검찰의 성격 재정립으로 가는 하나의 계기가 되리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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