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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여제 조혜연 9단에 ‘넌 내 여자, 난 널 원해’… 스토커 징역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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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8번이나 신고했지만 제대로 된 도움 못받아

바둑 여제(女帝)로 불리는 프로 바둑기사 조혜연(35) 9단을 괴롭히며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조 9단은 모두 8차례나 경찰에 신고했으나, 제대로 된 조력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

여류 최강 자리를 다투는 `신·구 대결 6번기` 에서 바둑 여제(女帝)로 불리는 프로 바둑기사 조혜연(35) 9단(왼쪽)이 중국 루이 九단과 대결을 벌이고 있다../한국기원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허경호)는 23일 정모(48)씨의 재물손괴와 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정씨는 작년 4월부터 1년여간 조 9단이 운영하는 동대문구 청량리의 바둑학원 건물 1층 외벽에 수차례 ‘사랑한다. 나는 너를 원한다’ ‘너는 내 여자’ ‘음란한 여자’ ‘더러운 여자’ 등의 문구를 적었다. 심지어 바둑학원 안으로까지 들어와 “조혜연은 나와 결혼한 사이다. 여기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조 9단은 정씨를 8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정씨를 타일러 돌려보내거나, 경범죄를 적용해 벌금 5만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그러는 사이 정씨의 행패는 갈수록 정도가 심해졌다. 같은 달 바둑학원 건너편 인도에서 “가만두지 않겠다. 내가 널 사랑한다”고 1시간 30분간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웠고, 조 9단이 바둑대회에서 우승했다는 내용의 기사에 협박성 댓글을 달았다. 조 9단은 “같은 날 경찰 신고를 3번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참다 못한 조 9단은 올해 4월 11일 경찰에 정식으로 고소장을 냈다. 하지만 정씨는 계속해서 나타났고, 조 9단은 같은 달 17일 경찰에 2차 고소장을 냈다. 경찰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24일, 정씨가 또다시 난동을 부린다는 조 9단 신고를 받고서야 정씨를 경찰서로 데려갔지만, 조사를 마친 뒤에는 그대로 돌려보냈다. 경찰서에서 나온 정씨는 그 길로 곧장 조 9단 학원으로 고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놀란 조 9단은 건물 옥상으로 도망쳤고, 정씨는 인근 건물에서 학원을 지켜보던 경찰에게 체포됐다. 조 9단은 “너무 무서워 뛰어내릴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제야 경찰은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심리적 충격을 받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조치를 취했음에도, 형사 사법 절차를 통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불안감에 사설 경호원을 고용할 정도로 정신 충격이 심해 보인다”며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해 (조 9단이 운영하는) 학원 규모 등을 볼 때,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상당해 보인다.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했다. 정씨에 대해서는 “범행 대부분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다. 피해자와 합의를 못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했다.

조 9단은 본지 통화에서 “스토커가 너무 무서워서 재판에도 들어가지 못했다”며 “실형 선고에 감사하면서도, 형이 끝난 뒤 또 스토킹을 당할까봐 두렵다”고 했다.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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