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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여길 떠났니, 세상 떠났니? 돌고래 실종에 배 12척 띄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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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우리 가족을 찾아주세요”

중앙일보

아일랜드에 사는 돌고래 '펑기'. 남서부 해안에 37년째 살던 펑기는 지난 15일 돌연 모습을 감췄다. [인스타그램 fungiethedolphi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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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남서부에 위치한 마을 ‘딩글’에서 돌고래 한 마리가 사라져 주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름은 ‘펑기’. 이 마을 해안에서 37년째 사는 수컷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다.

20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펑기는 지난 15일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췄다. 마을 주민들이 수색에 나섰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져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펑기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1983년 이 마을 인근 케리 카운티 해안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뒤 줄곧 이 지역에서 살았다. 타고난 친화력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아일랜드 유명인사가 됐다. 매년 관광객 4만 명이 펑기를 보기 위해 딩글 마을을 찾았다.

한 지역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는 돌고래로, 기네스 세계기록에까지 올랐다. 펑기는 무리와는 떨어진 채 혼자 모습을 드러내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돌고래’라는 별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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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펑기의 모습. 펑기는 지난 15일 헤엄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췄다. [인스타그램 fungiethedolphi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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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에 따르면 펑기는 지난 15일 마을 어선을 따라 헤엄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돌연 모습을 감췄다. 펑기가 지금까지 가장 오래 모습을 감췄던 시간은 겨우 4~5시간. 지금까지의 행동과 비교하면 분명히 다르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결국 주민들이 펑기를 찾아 나섰다. 주민들은 지난 17일 보트 12척을 바다로 내보내 수색을 시작했다. 18일에는 잠수부가 바다 밑으로 내려갔고, 음파탐지기까지 동원됐다. 하지만 펑기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부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내려진 봉쇄령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 6주간 아일랜드 일부 지역이 봉쇄되면서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자 변화를 감지하고 떠났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딩글에서 돌고래 투어 관광 보트를 운항하는 지미 플래너리는 “한동안 보트가 운항을 멈췄고, 관광객도 찾아오지 않았다”면서 “펑기가 동료를 잃었다고 생각하고 어디론가 떠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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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딩글 마을 주민들은 SNS로 펑기의 귀환을 바라며 수색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fungiethedolphi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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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펑기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딩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핀 맥도넬은 “펑기는 마을의 역사다. 우리 삶의 일부이자 가족”이라며 “몇 년이 지나도 펑기 찾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래너리도 “펑기는 잠시 모험을 떠났다.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애써 위안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펑기가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고 추측한다. 40세로 추정되는 펑기가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웨일 앤 돌핀 그룹 CEO인 시몬 버로우는 “수컷 큰돌고래의 수명은 30~40년으로, 펑기의 실종은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사한 펑기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찾기 힘들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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