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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윤석열 때린 이낙연, 15년전엔 "정치인 장관 수사지휘는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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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낙연 민주당 대표(왼쪽)는 취임 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을 삼갔다. 대신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가 사실상 총대를 맸다. 하지만 22일 법사위 이후 이 대표의 직접 비판 목소리가 커졌단 분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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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부하가 아니라는 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누구의 통제도 안 받겠다는 선언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해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어제 대검 국감을 통해 검찰의 민주적 통제는 더욱 절실해졌다”며 “검찰 스스로 잘못을 고치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했다. “그래서 공수처는 더 시급해졌다. 법사위는 이후의 입법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시기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174석의 수적 우위를 이용해 공수처법을 개정해 공수처 출범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8월 29일) 이후 윤 총장에 대한 언급을 삼가왔다. 전당대회 국면인 지난 8월 초 윤 총장이 “민주주의 허울을 쓴 독재”라며 현 정권을 에둘러 비판했을 때 “직분에 충실하라”고 한 차례 말한 정도가 전부였다. 대신 김태년 원내대표가 윤 총장을 직접 비판하며 압박하는, 일종의 역할분담을 해왔다. 그런 이 대표가 직접 윤 총장을 비판한 것은 무게가 가볍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직접 거론했단 건 ‘물러나라’는 신호를 확실히 보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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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은 23일 새벽까지 이어진 법사위 대검 국정감사에서 여당 공세를 받았다. 국민의힘은 "검찰총장을 마녀사냥의 수준으로 공격을 하는 것을 보고 참 이게 누구를 위한 국감인지 생각이 들었다"(이종배 정책위의장)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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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과거엔 검찰 독립성 강조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방점을 찍은 이 대표의 발언은 과거의 말들과는 180도 달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이 대표는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2001년 당시 한나라당이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의 법사위 출석을 요구하자, 민주당 대변인이던 이 대표는 “수사 중인 특정 사건과 관련해 검찰총장 출석을 강요하는 건 전례가 없다”며 “수사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2005년 10월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이 수사지휘를 수용하는 동시에 사표를 제출했을 때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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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대표(오른쪽)는 2005년 열린우리당이 여당이었던 당시 군소야당이던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왼쪽)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비판했었다. 하지만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선 "민주적 통제"라고 했다. 가운데는 천영세 당시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중앙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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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군소 야당 민주당(여당은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였던 이 대표는 “정치인 법무장관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경시한 채, 정치적 판단으로 수사지휘를 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했다. “법무장관의 잘못된 수사지휘로 검찰은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당한 채, 반발하며 동요하고 있다”고도 했다.

야당시절엔 민주당 다른 주요인사들도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무게를 두는 입장이었다. 2013년 4월 채동욱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이춘석 당시 법사위원은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비서가 아니죠”라고 물으며 “적어도 검찰총장은 정치적으로 중립하고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도 “장관과 검찰총장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은 검찰의 중립성”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날 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검찰의 권한은 하늘에서 부여한 신권이 아니다”라며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다”(박진영 상근부대변인)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구조적 망각을 실천하는 건 민주당의 ‘종특’(종족적 특성)”이라고 꼬집었다.

김효성·한영익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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