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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구강청결제, 코로나 예방 효과" 이 연구결과 난타 당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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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존슨앤드존슨사의 구강청결제 리스테린.구강청결제 등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멸 효과 연구에 사용된 제품 중 가장 널리 쓰이는 제품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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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구강청결제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학술지에 실렸다. 그런데 이 연구결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왜 그런 걸까.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의과대 연구진이 학술지 '바이러스학'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와 유사한 구조인 인간 코로나바이러스(HumanCoronavirus)를 이용해 구강청결제의 사용 효과를 분석했다.



"30초 노출로 바이러스 99.99% 비활성화"



그 결과, 시중에 유통되는 구강청결제에 30초간 노출된 인간 코로나바이러스는 99.99% 사멸했다. 연구를 이끈 크레이그 메이어 교수(미생물학·면역학·산부인과)는 "코와 입을 세척하면 확진자의 전파력을 50%까지 줄일 수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환자를 줄이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이어 교수는 "백신이 개발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바이러스 전파를 줄이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테스트에 사용한 제품은 쉽게 구할 수 있고 이미 사람들이 많이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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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구조를 실제와 비슷하게 구현한 3D 이미지. [CD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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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구강청결제, 보호막 못돼" 반박 기사



그런데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아니오. 구강청결제는 당신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지 못합니다'라는 제목의 반박 기사를 냈다. 또다른 감염병 전문가인 콜롬버스 대학의 안젤라 라스무센 박사를 인용해 실험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였다.

라스무센 박사는 우선 실험에 사용된 인간 코로나바이러스 229E는 일반적인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훨씬 치명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실험 결과를 적용한 건 오류라고 지적했다.

또 실험실에서 나온 결과를 현실에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예일대의 감염병 전문가 마리카 말리니스 박사는 "화학 물질로 가득 찬 인간의 입속은 실험실 접시 내부보다 훨씬 복잡하기에 임상 연구가 수행되지 않는 한 이런 연구 결과를 결정적인 것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입과 비강을 철저히 소독해도 이미 침투한 바이러스는 목 안쪽에서 증식될 수 있기에 구강청결제가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가글하면 마스크 필요 없다 생각하는 사람들 생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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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가 지난8월 기자회견에서 포비돈요오드가 들어간 가글액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한 뒤 약국의 가글액이 모두 매진됐다.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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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구강청결제의 감염 예방효과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실험의 한계 외에 다른 맥락도 있다는 분석이다. 마스크를 둘러싼 논쟁이 그것이다.

지역 매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구강청결제 등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는 건 방역에 관한 최신 정보"라면서도 이 연구를 둘러싼 여러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정제로 가글했으니 마스크를 쓸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인 우려라고 전했다.

템플 대학 치과대학 토마스 람스 구강미생물학검사 연구소장은 "폐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있으면 기침을 통해 입으로 바이러스를 수시로 뿜어내기에 수시로 가글을 하는 건 바이러스 전파 방지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가글하면 마스크를 안 해도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를 주도한 메이어 교수는 "우리는 이 연구결과를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닌 또다른 방식의 바이러스 보호 수단으로 여겨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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