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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저커버그도 못이룬 '리브라 월드'의 꿈…페이팔의 '암호화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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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 암호화폐 결제사업 출사표…"연내 美서 서비스 시작"

"페이팔, 개발도상국 금융시장 선점도 기대"…비트코인 연내 최고가 경신

뉴스1

FILE PHOTO: The PayPal logo is seen during an event at Terra Gallery in San Francisco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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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19년 6월, 마크 저크버그가 이끄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전 세계 누구나 금융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며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를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연합(리브라협회)을 꾸려 리브라를 운영하겠다고 밝혔고 비자와 마스터카드, 페이팔, 우버 등 쟁쟁한 기업들이 협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해 10월 리브라의 막강한 지원군이었던 페이팔이 돌연 연합 탈퇴를 발표한다. 금융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하는 자사의 기존 임무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이유에서다.

리브라를 이끄는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부사장이 페이팔 대표 출신이었던 점에서 이같은 발표는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그리고 정확히 1년 후, 페이팔은 페이스북이 꿈꾸던 '암호화폐로 돌아가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페이팔, 연내 美서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내년엔 글로벌로"

전 세계 3억5000만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결제기업 페이팔은 지난 21일 성명서를 내고 "내년 초부터 페이팔 이용자는 자사 네트워크에 있는 2600만개의 가맹점에서 암호화폐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취급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4종이다.

페이팔 측은 "미국 이용자의 경우 몇 주 내 페이팔 온라인 지갑을 통해 암호화폐를 사고팔거나 보관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페이팔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미국 핀테크 기업 벤모(venmo) 이용자와 미국 외 국가 페이팔 이용자도 해당 기능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페이팔은 관련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미국 뉴욕감독청으로부터 조건부 암호화폐 취급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회사는 미국 암호화폐 중개업체 팍소스(Paxos Trust Company)와 암호화폐 서비스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서비스가 본격 시행되면 페이팔 이용자는 암호화폐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다만 판매자(상인)가 암호화폐로 정산을 받는 것은 아니다. 페이팔은 법정화폐로 정산을 진행한다.

댄 슐먼 페이팔 최고경영자(CEO)는 "페이팔의 새로운 서비스가 전 세계에 암호화폐 이용을 장려하고 중앙은행과 기업이 개발할 새로운 암호화폐의 네트워크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페이팔은 중앙은행과 협력하고 있으며 암호화폐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팔, 암호화폐 대중화 이끌 것"…기대감에 비트코인 ↑

세계 최대 결제기업의 암호화폐 취급 소식에 거래업계는 모처럼 맞는 '호재'의 기대감을 반영하듯 들썩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페이팔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연내 최고가를 달성했다.

암호화폐 공시 포털 '쟁글'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 측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일상화에 두 걸음 가까워진 결정"이라며 "이번 발표로 소형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와 월렛 서비스가 빠르게 사라질 것이며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 출시가 가속화되며 투자자산으로서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 투자자의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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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S-US-INTERNET-COMPUTERS-VOTE-PANDEMIC-FACEBOOK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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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 시초 '페이팔'이 던진 출사표…페이스북 보다 먼저 서비스할 듯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사업에 먼저 출사표를 던졌지만, 업계는 페이팔의 암호화폐 사업 진출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간편결제의 시초인 페이팔이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암호화폐 결제 시장을 성공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지만 리브라와는 그 출발점부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리브라는 지난해 6월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7월 뉴욕금융감독청에 암호화폐 사업 영위를 위한 라이선스를 신청했다. 이후 진척상황은 감감무소식이다. 반면 페이팔은 뉴욕금융감독청으로부터 사업 승인을 먼저 받고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나아가 미국 달러, 유럽 유로화 등 법정화폐와 연동되는 복수의 스테이블코인과 이들의 가치를 담보하는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코인' 출시를 내세웠던 페이스북과 달리 페이팔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이미 글로벌로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우량 암호화폐를 전면에 내세웠다.

페이팔이 암호화폐 결제 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업계의 기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변경하는 과정에 결제서비스사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페이팔이 지난해 리브라협회를 탈퇴했을 당시, 외신들은 이 문제를 지적하며 리브라 출시 계획이 수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페이스북은 전 세계 금융당국의 거센 반대와 미국 상·하원의 계속되는 청문회 압박 속에서 리브라 출시를 '규제당국의 적절한 승인이 있을 때까지' 무기한 잠정 연기했다. 각국의 규제당국은 리브라가 중앙은행 통화주권을 위협하고 금융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페이스북은 이어 지난 4월 업데이트된 리브라 백서 2.0을 발표하고 암호화폐 운영방식(퍼블릭체인 운영방식 포기) 변경과 연내 리브라 발행 추진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리브라협회 측은 "리브라는 6월 말 출시될 예정이나 11월 중순~연말 사이에 내놓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페이팔이 몇 주 내로 미국 내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페이스북 리브라보다 먼저 암호화폐 결제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공산이 크다.

크로스앵글 측은 "페이팔은 이번 암호화폐 시장 진출을 통해 비자, 마스터카드에 의존하지 않는 암호화폐 기반의 자체 결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지며 암호화폐 지갑(월렛)에 담긴 암호화폐를 대상으로 금융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핀테크 비즈니스 확장이 용이할 것"이라며 "금융서비스가 닿지 않는 개발도상국의 금융 시장 선점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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