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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사과하라”며 집 찾아온 미성년자에 또 몹쓸 짓… 징역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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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피해자가 왜 또 찾아오나… 수상”

법원 “성범죄 피해자의 대응은 천차만별”

세계일보

성폭행을 당한 것이 분해 “가해자의 사과를 받겠다”며 집으로 찾아 온 10대 여자 청소년을 또다시 성폭행한 10대 남자 청소년에게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피고인은 재판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자애가 얼마 뒤 혼자서 다시 우리 집에 왔다. 그런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항변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군은 지난 2018년 1∼6월 자신의 집에서 여자 청소년 3명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피해자 3명 중 B양은 사건 이튿날 사과를 받기 위해 A군의 집을 혼자서 찾았다가 또다시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들의 1심 재판은 피해자별로 따로 진행돼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그리고 항소심 단계에선 3건의 재판이 하나로 병합됐다.

A군 측 변호인은 1·2심 재판 내내 “B양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성폭행 또는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이 사건 다음날 스스로 가해자로 지목한 남성의 집을 혼자 찾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논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피해자라는 B양의 진술은 믿을 수 없으니 B양과 관련된 범죄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군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대응 방법은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했다. 성폭행 또는 성추행 피해자가 사과를 받기 위해 혼자 가해자의 집을 다시 방문한 행위가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고 볼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경우에 따라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먼저 찾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A군 측은 징역 5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A군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며 “피해자가 스스로 피고인의 집에 찾아갔다고 해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사정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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