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3653559 1182020102563653559 05 0501001 6.2.0-RELEASE 118 오마이뉴스 0 false true false false 1603593479000 1603593611000

과소평가 받던 아기공룡, 9년간 얼마나 훌륭하게 성장했나

글자크기

‘육성과 투자’의 이상적인 조화에서 비롯된 NC의 성공비결

오마이뉴스

▲ 24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창단 10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리그 첫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창단 9년 만에 감격의 첫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NC는 2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139경기에서 81승 5무 53패, 승률 .604를 기록하며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정규 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 2011년 프로야구 역대 9구단으로 창단한 지 9년, 2013시즌부터 1군무대에 참여한 지 불과 8시즌 만에 이뤄낸 값진 결과다.

NC는 경남 창원을 연고로 한 신생 제9구단으로 리그에 처음 등장할 때만해도 야구계와 팬들의 시각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야구단은 프로스포츠계에서도 '돈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규모가 크고 운영하기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주로 대기업 구단들이 주도하던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생소한 IT 게임 업체를 기반으로 하는 중견 규모의 기업이 과연 프로야구단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걱정하는 시각이 많았다. 엔씨소프트를 창업주이자 '벤처 1세대 기업가'로 유명한 김택진 대표가 열렬한 야구광 출신이라는 것도 큰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NC는 창단 과정에서부터 적지 않은 텃세와 편견에 시달려야했다. 기존 대기업 구단들은 가뜩이나 적자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는 프로야구 시장에서 자신들의 파이를 나눠야하는 신생구단 창단의 당위성을 납득하지 못했다. 특히 지역 라이벌인 롯데는 리그의 질적 하락을 거론하며 NC의 1군 합류를 반대하기도 했다. 여기에 창단 초기엔 홈구장 건립과 명칭 문제 등을 둘러싸고도 적지 않은 잡음이 일었다.

NC는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한발씩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NC는 야구발전기금과 신생구단 가입금을 완납하며 정식으로 프로야구 회원의 자격을 갖췄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제 창원 연고지에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고, 2019년부터는 창원 NC파크 신구장도 성공적으로 개장하며 홈팬들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과소평가받던 아기공룡이 프로야구 판도를 흔드는 공포의 거대 공룡으로 성장하는데는 생각보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KBO리그 합류 첫해인 2013년, 초대 김경문 감독(현 국가대표팀)이 지휘봉을 잡은 NC는 막내팀임에도 첫 9개구단 체제에서 7위로 무난한 성적을 거두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듬해인 2014년 2년차 만에 리그 3위에 올라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16년에는 창단 NC는 정규리그 2위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성공했다. NC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며 어엿한 프로야구의 신흥 강자로 올라섰다.

특히 창단 당시부터 악연이었던 '낙동강 라이벌' 롯데를 상대로는 말 그대로 '천적'으로 자리매김하며 실력으로 복수했다. NC는 1군에 합류한 2013년 이후 8시즌 동안 롯데와의 상대전적과 팀간 순위경쟁에서 무려 5번이나 우위를 점했고 특히 2016년에는 무려 15승1패로 압도하기도 했다. NC가 창단 이후 8시즌간 포스트시즌에만 6번이나 오르는 동안, 롯데는 고작 1번에 그쳤다. 유일하게 양팀이 가을야구에 동반진출했던 2017년 첫 포스트시즌 맞대결에서도 NC가 3승 2패로 롯데를 제압했다. 양팀의 상대 전적 합산은 74승 2무 50패(정규리그)로 NC의 일방적인 우위다.

승승장구하던 NC는 2018년에 일시적인 암흑기를 겪었다. 선수들의 잇단 줄부상 속에 하위권으로 추락하면서 창단 첫 꼴찌를 기록했고, 김경문 감독이 그해 6월에 자진사퇴하기도 했다. 절치부심한 NC는 수비코치였던 이동욱 감독에게 2019년부터 지휘권을 맡기고 팀을 재편했다. 선수시절엔 철저히 무명에 가까웠고 지도자로서도 야구팬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이동욱 감독은 젊음 감독답게 치밀한 '데이터야구'와 '조용한 리더십'을 내세워 팀을 2019시즌 5위로 다시 가을야구로 올려놓은데 이어, 2년차인 올해인 창단 첫 우승까지 수직상승한 순위표로 프로야구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NC는 올시즌 개막 2주차인 5월 13일 8게임만에 첫 1위에 오른 뒤 우승을 확정한 10월 24일 139게임차에 이르까지 무려 5개월여 동안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고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후반기 들어 부상자 속출 속에 9월 15일에는 키움에 쫓겨 게임차가 아예 사라지기도 했고, 한때 6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2위 그룹들의 거센 추격과 내부의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끝내 정상을 지켜내는 뒷심을 보여줬다.

NC의 성공비결은 '육성과 투자'의 이상적인 조화에서 비롯된다. 프로구단이라면 두산이나 키움처럼 좋은 선수들을 자체적으로 키워내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삼성이나 현대처럼 필요한 부분에는 통크게 지갑을 열 수 있는 결단력도 요구된다. NC 우승의 주역으로 성장한 구창모-나성범-박민우-송명기-이재학 등이 육성의 모범사례라면, 양의지-이호준-박석민-에릭 테임즈-에릭 해커-드류 루친스키-애런 알테어 등 NC가 영입하여 큰 성공을 거둔 외부 FA와 외국인 선수들은 과감한 투자의 결실로 꼽힌다.

특히 NC는 성장 과정에서 다른 전통의 프로구단들도 흔히 겪는 현장과 프런트의 불협화음, 선수단 내 파벌, 구단 수뇌부를 둘러싼 구설수같은 잡음이 거의 없었다. 벤처 기업답게 구단주에서부터 프런트-코칭스태프-선수단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인 소통구조와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는 구단이 불필요한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여기에는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의 야구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이 큰 몫을 차지했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지원을 요구하고 이유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적극적인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다. 박석민(96억)이나 양의지(125억)같이 몸값이 너부 비싸서 이적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된 FA선수들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구단주의 확실한 비전과 결단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돈은 안 쓰면서도 성적이 안 나오면 현장에게만 책임을 돌리거나, 혹은 돈은 돈대로 쓰고 실속이 없었던 일부 구단들이 본받아야할 대목이다.

10구단 시대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선배 구단들은 올해 NC의 성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NC의 우승을 비롯하여 프로야구 제 10구단인 kt위즈도 올해 첫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반면 프로 원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롯데를 비롯하여 KIA, 삼성같은 전통의 명문들이 올시즌 나란히 가을야구 진출조차 실패하여 대조를 이뤘다.

승부의 세계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으며, 청출어람이라는 표현은 프로야구에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눈칫밥 먹던 막내에서 이제 어엿한 프로야구의 새 주류로 성장한 공룡군단은, 내친김에 다가오는 한국시리즈에서 창단 첫 통합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준목 기자(seaoflee@naver.com)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마이뉴스에서는 누구나 기자 [시민기자 가입하기]
▶세상을 바꾸는 힘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