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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독감 백신 사망 인과성 낮아… 62∼69세 26일부터 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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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결론… 일정대로 진행키로

정은경, 피해조사반과 전문위원회 개최

“아나필락시스 쇼크 의심사례는 없어

특정백신 재검정·중단 고려 단계 아냐”

안전수칙 강화하며 접종 지속 의견 모아

질병청, 접종 후 사망자 증가 파악키로

세계일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람이 4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정부는 사망과 백신 접종 간 인과성이 낮다고 결론내리고 백신 접종을 일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5일 “전문가들의 과학적 판단을 존중해 예정된 일정대로 만 62세부터 69세 어르신에 대한 접종을 26일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매년 3000여명이 독감 감염이나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고 예방접종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백신 접종 후 사망자 48명… 예방접종전문위 “백신과 인과관계 매우 낮아”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25일 오후 1시 기준 48명으로 집계돼 전날 36명보다 12명 더 늘었다.

연령대를 보면 70대가 23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80대 이상 18명, 60대 미만 5명, 60대 2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경남이 각 6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대구·전북·전남 각 5명, 경기·경북 각 4명, 충남 3명, 부산·인천·대전·강원 각 2명, 광주·제주 각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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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러나 이들의 사망과 백신 접종 간 인과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예방접종전문위는 지난 23∼24일 회의를 열었다. 당시 회의에서는 피해조사반 위원들과 인플루엔자 전문가가 함께 참석해 피해조사반 사망사례에 대한 검증 결과를 검토했다. 전문위는 사망자 26명에 대한 사인을 검토한 결과 접종과의 인과성이 매우 낮아 특정 백신 재검정이나 국가예방접종사업 중단을 고려할 단계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백신 접종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의심되는 사례가 없고, 같은 제조번호(로트번호) 제품을 맞고 사망한 사람 중 접종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사람도 없다는 것이 전문위의 설명이다.

독감백신 예방접종피해조사반장인 김중곤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망자 26명 가운데 6명은 백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저희가 결론내렸다. 나머지 20명도 1차 부검 결과 백신과 사망과는 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독감 예방접종을 해서 사망했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아직 예방접종을 중단하거나 보류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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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의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고등학생이 독감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총리 “전문가 과학적 판단 존중… 노인 백신접종 예정대로”

예방접종전문위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현 상황에서 독감의 동시 유행까지 막으려면 예방접종이 중요하다면서 안전수칙을 강화해 접종 사업을 일정대로 지속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모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3000여명이 독감과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독감도 코로나19에 못지않게 굉장히 위중한 감염병”이라며 “예방접종을 받아주시기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예방접종을 너무 서두르기보다는 안전한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게 필요하다”며 “장시간, 또 추운 날씨에 밖에서 접종을 기다리면 심혈관·뇌혈관 질환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으니, 많은 분이 몰리지 않게끔 시간을 갖고 건강상태가 좋을 때, 기온이 오른 따뜻한 시간대에 예방접종을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정 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께서는 전문가의 판단을 믿고 정부 결정에 따라 예방 접종에 계속 참여해 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질병청은 국민이 과도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소통을 강화해 달라”며 “예방 접종 후 사망 또는 중증 이상 반응 사례는 철저하게 조사해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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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독감 예방접종 기간에 백신을 맞고 숨진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500명이다. 지난해 사망률을 고려하면, 현재 사망자 수치만으로 올해 예방접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질병청은 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올해 예방접종 이후 사망한 어르신이 예년보다 늘어났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보건당국은 독감 백신 접종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이상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나 길랭·바레증후군에 대해서 “드물게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의료기관에서 치료도 가능한 만큼 두려워하지 말고 예방접종을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특정 식품이나 약물 등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수분, 수 시간 이내에 전신에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고, 길랭·바레증후군은 감염 등에 의해 유도된 항체가 말초신경을 파괴해 마비를 일으키는 신경계 질환이다.

남혜정·이현미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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