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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뉴삼성 박차’ 이재용 시대 본격 개막…국정농단 등 여전한 사법 리스크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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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이건희 회장 별세로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조만간 별도의 혁신안 내놓을 것"

세계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별세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으로 인해 사실상 그룹의 총수 역할을 해왔던 만큼 삼성의 미래는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 중심으로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법리스크부터 글로벌 복합 위기까지 이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일단 사법리스크가 크다. 이 부회장은 현재 국정 농단 파기환송심과 불법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이 동시에 진행중이다.

법조계는 경영권 승계 재판은 내년 이후 천천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만, 파기환송심은 다음 달부터 재판이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당장 26일에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참석 의무가 없는 데다 상중에 있어 이재용 부회장은 불참할 예정이지만 이 재판은 이르면 연내 선고가 이뤄질 정도로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건희 회장 별세로 공식적으로 삼성의 미래를 짊어지게 된 이재용 부회장이 실형 선고를 받게 된다면 경영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5월에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 거듭나겠다는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결단도 내놨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잇단 재판으로 인해 당분간 법정 출두가 불가피하고,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의 신인도 하락과 경영 차질을 각오해야 한다.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6년 5개월의 시간동안 지배구조를 단순화해왔다.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사실상 경영권 승계 구도가 짜진 만큼 당장 지배구조 체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부친이 별세한 만큼 만약 이부진, 이서현 등 동생들과 계열 분리 문제가 불거질 경우 삼성은 또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또 국회에 발의돼 있는 일명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핵심 계열인 삼성전자의 지배구조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미중 분쟁을 비롯한 복합위기도 글로벌 기업인 삼성을 짓누르고 있다.

미중 분쟁의 핵심이 반도체, 휴대폰 등 IT분야에 집중되면서 삼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형국이다.

사업의 핵심인 반도체에서 메모리 부문 세계 2위였던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부문 인수해 1위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삼성을 따돌리고 점유율 격차를 더 벌려가고 있다.

2030년 반도체 전 부문에서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메모리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더욱 약진해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 숨 가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계는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5월 선언한 '뉴 삼성'을 통해 위기 극복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베트남 출장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떠한 큰 변화가 닥치더라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대규모 '빅딜'이 일어나며 반도체 지형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유망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통 큰 베팅'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차세대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AI)와 5G 사업, 이 부회장의 경영키워드인 '인재경영'도 지속할 전망이다. 핵심 인재 영입이야 말로 위기 상황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에서다.

재계에선 조만간 이건희 회장 별세로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별도의 혁신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오전부터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취재진이 모여들기 시작해 약 수십명이 장례식장 출입문 주위에 대기했다.

장례식장 출입문에는 방문객 안전 등을 고려해 포토라인이 설치됐고, 포토라인을 둘러싸고 방송 장비와 사진기자들이 대기했다.

삼성전자는 "장례는 고인과 유가족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며 "조화와 조문은 정중히 사양하오니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알렸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취재진이 몰리자 출입문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장례식장에) 실내 50인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빈소가 마련된 지하 2층에 기자들의 출입이 제한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부착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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