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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동박’ 만드는 SK넥실리스 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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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성장과 함께 동박 수요 급증
SK넥셀리스, ‘세계에서 가장 얇고 길고 넓은’ 동박 기술 보유
국내 정읍공장 증설 "해외공장 부지도 연내 결정"

지난 22일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SK넥실리스 4공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 핵심소재인 ‘동박’ 제조가 한창이었다. 거대한 티타늄 드럼이 회전하면서 종잇장보다 얇은 구리 막을 뽑아낸 뒤 주방에서 쓰는 알루미늄 호일처럼 둘둘 말아 두꺼운 롤(roll)로 만들었고, 노란색 무인운반로봇이 이를 실어나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만든 동박은 적당한 폭과 길이로 자른 뒤 엄격한 품질 검사를 거쳐 LG화학(051910), SK이노베이션(096770), 삼성SDI(006400), 파나소닉 등 주요 배터리 회사에 보내진다.

동박은 구리를 고도의 공정 기술로 얇게 만든 막으로, 배터리 음극에 들어간다. 생김새는 주방에서 쓰는 은박지와 비슷하지만, 배터리의 가격과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소재다. 동박이 얇을수록 배터리는 가벼워지고, 넓고 길수록 배터리 수명과 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배터리 업계도 앞다퉈 고성능 동박 확보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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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 제품. /SK넥실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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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얇은 동박을 광폭으로 길게 생산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동박이 얇을수록 쉽게 찢어지고 주름이 생기기 때문이다.

SK넥실리스는 이런 동박을 세계에서 가장 얇고 넓고 길게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에는 4㎛(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동박을 1.4m 폭으로 최장 30km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4㎛는 사람 머리카락 30분의 1 정도의 굵기다. 현재 업계에서 주로 만들어 사용하는 동박은 6~8㎛로 이보다 1.5배 이상 두껍다.

이날 정읍공장에서 만난 김영태 SK넥실리스 사장은 "SK넥실리스의 동박 제조 기술력은 업계 평균보다 5~8년 앞서있다"며 "정읍공장은 이런 기술력이 총 집결된 장소"라고 했다.

정읍공장에서 만든 동박은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물론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스웨덴 노스볼트에도 공급한다. 정읍공장의 연 생산량은 3만4000톤으로 전지박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SK넥실리스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시장에서 대만 장춘(CCP), 중국 왓슨, 한국 일진머티리얼즈(020150)와 함께 ‘빅4’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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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 /SK넥실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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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 1미터 광폭 동박 제조기술 확보

동박 제조 공정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순도 99.9%인 구리선을 거대한 탱크에 넣어 황산용액에 녹여 전해액(도금액)을 만드는 ‘용해 공정’이 첫 단계다. 이렇게 만든 고순도 전해액에는 첨가제를 넣는데, 첨가제는 동박의 강도와 연신율(재료가 끊어질 때까지 늘어나는 정도), 표면 매끄러움 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김자선 SK넥실리스 동박생산팀장은 "첨가제 기술은 우리가 타사 대비 강점을 지닌 분야"라며 "첨가제의 레시피는 제조사마다 다 다른데, SK넥실리스 중앙연구소 전담팀에서 개발한 레시피를 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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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길우



실제 동박이 만들어지는 것은 다음 단계인 ‘제박 공정’이다. 티타늄 드럼 밑단에 도금액을 넣고, 전기분해 원리를 활용해 회전하는 티타늄 드럼 표면을 구리로 얇게 코팅하는 과정이다. 정읍공장에서는 티타늄 드럼에 달라붙어 형성된 얇은 막을 수십km 길이로 둘둘 말아 대형롤로 만든다. SK넥실리스 측은 "동박이 사람 머리카락보다 두께가 얇다 보니 제박 공정 중 잘 찢어지는데, SK넥실리스는 며칠 동안 동박이 찢어지거나 주름지지 않도록 롤을 만드는 기술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김자선 팀장은 "폭이 좁은 동박 롤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은 많지만, 1m 이상 광폭으로 넓게 제조하는 기술은 SK넥실리스가 독보적이다"라고 했다.

두껍게 만든 동박 롤은 무게가 4~5톤에 달하기 때문에 자동 크레인으로 무인운반로봇에 실어서 다음 공정으로 운반한다.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를 통해 이뤄져 실제 각 공정 현장에 보이는 직원은 10명 안팎에 그쳤다. 이후 동박은 고객사가 원하는 폭과 길이로 동박 롤을 만드는 ‘슬리팅 공정’과 마지막 ‘품질검사·포장’ 단계를 거쳐 출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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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 김자선 동박생산팀장이 5공장 증설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SK넥실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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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장 건설 추진…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용 동박도 준비

SK넥실리스는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동박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2025년까지 동박 생산역량을 현재의 약 3~4배 수준인 14만톤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공장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시장 규모는 연평균 30% 성장해 2018년 1조원대에서 2025년 14조3000억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회사는 올해 초 정읍공장에 4공장을 완공하고 연 3만4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데 이어, 5~6공장을 착공했다. 내년 상반기 5공장, 2022년 초 6공장을 완공하면 생산능력은 연 5만2000톤가량으로 늘어난다.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김영태 사장은 "연내 해외 진출을 목표로 동남아시아, 유럽, 미주 지역에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SK넥실리스는 리튬이온전지의 고용량화, 경량화 추세에 발맞춰 더 얇고 견고한 동박 개발과 생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용량이 높아지려면 동박 위에 흑연, 실리콘 등 활 물질을 더 많이 코팅해야 하는데, 활 물질을 늘리기 위해선 무게를 많이 차지하는 동박이 적게 들어가야 한다.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나 리튬황 배터리에 들어갈 동박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영태 사장은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선행 개발해 세계 1위 동박 제조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SK그룹 화학·소재 계열사인 SKC(011790)는 올해 초 SK넥실리스를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1996년 LG금속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LG그룹이 계열분리를 하면서 LS그룹으로 편입됐고, 사모펀드 KKR에 인수됐다가 최근 SKC가 사들였다. 사명도 지난 4월 기존 KCFT에서 SK넥실리스로 바꿨다. 당시 최태원 SK 회장은 SK넥실리스 구성원에게 보낸 축하 동영상에서 "명실상부한 SK의 일원이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과감한 투자와 지속 확장으로 글로벌 1위 회사로 자리매김하자"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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