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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중동 쇼핑몰에 프랑스 제품이 사라졌다... 참수 후 보이콧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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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쿠웨이트의 한 대형 수퍼마켓에서 프랑스산 로레알 화장품 코너의 물건이 사라졌다. 프랑스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 때문이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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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터키 양국 정상 간의 거친 설전이 프랑스와 이슬람 국가들 간의 갈등으로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터키 외에도 이슬람 국가들이 대대적인 프랑스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고, 프랑스는 증오와 선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25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중동의 여러 나라에서 프랑스산 제품 불매운동과 프랑스를 규탄하라는 요구가 벌어지고 있다”며 “프랑스에 대한 증오와 선동을 벌이는 나라들의 정부는 그와 같은 행동을 지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국가들에 거주중인 프랑스인의 안전도 확보해달라고 촉구했다.

요르단·쿠웨이트·카타르 등에서는 프랑스산 치즈나 잼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상점들이 늘고 있다. 쿠웨이트의 일부 상점들은 로레알 화장품을 비롯한 프랑스 제품 코너를 그대로 둔 채 진열된 상품을 없애 텅 비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프랑스의 대형 유통업체 까르푸를 이용하지 말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프랑스 물건 불매(#boycott_french_product)’라는 해시태그가 번지고 있다.

갈등의 시발점은 지난 16일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수업 시간에 보여준 프랑스 교사가 극단주의 성향의 무슬림에 의해 참수된 사건이다.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테러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무슬림들을 추방하는 등 강경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또한 마크롱은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표현의 자유”라며 옹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마크롱을 향해 24일부터 이틀 연속 “정신 치료를 받아보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도 25일 트위터에서 “마크롱은 테러리스트가 아닌 이슬람을 공격함으로써 이슬람 혐오를 조장하는 길을 택했다”며 “이것은 고의적인 도발”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5일 트위터에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증오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슬람에 대해 강경책을 고수할 뜻을 내비쳤다.

프랑스와 이슬람이 갈등을 벌이는 이유는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 만화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이슬람교는 우상 숭배를 금지하기 때문에 무함마드를 그리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다. 따라서 무함마드를 저속하게 비하하는 만평을 그리는 일부 프랑스 만화가들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시한다. 이에 반해 프랑스에서는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풍자 만화를 즐기는 관습이 있고 수위가 지나쳐도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이슬람협력기구(OIC) 24일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신성 모독을 정당화하는 것을 계속 비판할 것”이라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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