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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전재산 9만원 조국모친, 법정서 빚묻자 "그걸 어떻게 갚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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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어머니인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가운데)이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권씨 재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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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모친인 박정숙(83)웅동재단 이사장이 법원에 제출한 전재산은 9만 5819원이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확보한 박 이사장의 법원 제출 재산목록에 따르면 현금, 보석류, 골동품도 없이 오로지 예금액이 전부다.



개인 빚 45억, 재단 빚 85억, 재산은 9만원



박 이사장은 남편인 고(故) 조변현씨의 채권 연대보증을 져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45억 5000만원(원금 8억 7000만원, 이자 36억 8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그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웅동재단의 빚도 85억 5000만원(원금 잔액 13억 4000만원, 이자 72억 1000만원)에 달한다. 해당 채권들은 한국자산공사(캠코)가 인수해 환수에 나선 상태.

하지만 법조계에선 "박 이사장의 재산 내역을 보니 환수나 압류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 이사장은 이런 자신의 빚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 4월 조 전 장관의 동생인 조권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박 이사장은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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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숙 이사장이 법원에 제출한 재산 목록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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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묻자, 박 이사장 "그걸 어떻게 갚나"



당시 공판 검사는 박 이사장에게 웅동재단에 대한 조권씨의 허위소송 의혹 등을 캐물으며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공판 검사와 박 이사장의 일문일답.

■ 박정숙 이사장 증인신문 中 (4월 20일 조권 재판)

검사=조변현(조 전 장관 부친)씨가 웅동학원 이전공사할 때 피고인(조권씨), 증인(박정숙 이사장), 고려시티개발 등이 연대보증을 섰네요

박정숙 이사장=우리 영감이 그냥 인감 달라고 그래서 주면 자기가 알아서 했어요. 나중에 알았어요 우리는.

=97년 IMF터지고 고려종합건설 부도 나면서 아셨겠네요?

=IMF터지고 우리 세 사람이 연대보증을 서서 신용불량자가 되며 확실히 알았죠.

=그리고 증인이 연대보증섰던 기술보증기금…

=몰라요, 어디에 연대보증을 섰는지도 몰라요. (남편이) 인감만 받아갔어요.

=부도가 나고 통지가 오지 않았나요. 기술보증기금이 증인하고 연대보증 선 사람 상대로 소송내서 승소했는데

=이긴 건 알고 있어요. 집에 서류가 왔는데 겉에 승소라고 적혀있어요. 승소했으니 처박아놨죠. 검찰이 우리집에 와서 다 가져갔대요.

=기술보증기금이 이겼으면 증인이 진 것인데요?

=우리가 졌어요? 그건 몰라요

=어차피 돈 갚을 수 없는 신용불량자가 돼셔서 신경을 안 쓰신 건가요?

=기술보증인지 그거는 기억을 못하고요. 자산공사 빚 있는 거는 기억을 해요

=그럼 증인한테 돈 갚아라 소송 서류 날라오면 누가 처리했나요?

=그런 거 날라오면 내가 갚을 능력 없는데 어떻게 갚아요

=소송 서류 날라오면 그거 대응해야 될 거 아닌가요. 증인이 연세 많으시니까 그걸 잘 모르신다면 누군가 대신 해줘야잖아요. 그거 누가 해줬나요?

=나 혼자 사는데 누가 해줄 사람이 있겠어요.

※일부 내용 압축 및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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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동생 조권씨가 지난 9월 자신의 1심 재판에 출석하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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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권씨 역시 박 이사장과 함께 아버지 빚에 대한 연대보증을 져 수십억원의 빚을 안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연대 보증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유산도 한정승인을 통해 빚을 물려받지 않아 현 재산이 56억원 정도이다.

박 이사장은 자신과 조권씨 모두 신용불량자가 된 현실에 대해 법정에서 "학교 때문에 집 구석이 이모양이 됐다. 남편은 조권 때문이라고 하니 천불이 났다"고 했다. 당시 박 이사장은 "조 전 장관의 서초구 집에서 조 전 장관으로부터 생활비를 받으며 함께 살고있다"고 말했다. 법원에 제출한 재산목록에서도 박 이사장은 자신의 주소지를 서초구로 명시했다. 박 이사장은 법정에서 조씨와 함께 남편의 빚을 떠안은 피해자란 입장을 강조했다.



전두환 사례와 달라 "환수 어렵다"



법조계에선 조 전 장관 일가와 웅동재단으로부터 총 130억원의 채권을 떠안고 있는 캠코의 채권 회수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본다. 박 이사장과 조씨는 재산이 없다고 주장하고, 웅동재단의 경우 학교 자산이라 교육청의 허가 없이는 강제 집행 등 법적 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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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법무부 장관 후보자 당시 조국 전 장관이 종로구 현대빌딩에서 펀드 기부 및 웅동학원 권한 포기 등 사회환원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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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는 박 이사장과 조씨, 웅동재단에게 18년간 100여차례에 걸쳐 빚 독촉을 하고 있는 상태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캠코 입장에선 독촉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독촉만 하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법원에서 박 이사장이 제출한 재산 목록에 대해 채권인의 요청을 통해 재산 조회를 해볼 순 있다. 하지만 박 이사장 본인 명의에 재산이 없다면 민사소송에선 재산 추적에 한계가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이 범죄수익을 환수하며 차명 재산을 찾아내고 있지만, 이는 뇌물 등 불법을 저질러 얻은 수익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박 이사장이 부산 해운대에서 살던 빌라도 그의 차남 전처인 A씨 명의로 돼있어 환수가 어렵다. 그가 부산대병원에 기부한 미술품 역시 큰 재산 가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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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후보자 모친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이 그림 4점을 기증한 양산부산대병원 갤러리. 이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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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동학원 해산 뒤 개발된다면…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은 "박 이사장의 경우 전형적인 채무자의 채무 초과 사례로 보인다"며 "간단히 말해 국가는 돈을 떼인 상황으로 봐야한다. 조 전 장관도 향후 상속 포기를 하면 빚을 물려받을 일은 없다"고 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웅동학원이 해산되고 해당 토지가 개발될 경우 캠코가 채권을 환수할 가능성도 열린다고 했다. 이 경우엔 조권씨 등이 웅동학원에 대한 공사대금으로 확보하고 있는 수십억원의 채권 효력도 되살아날 수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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