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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징크스 깨졌다… 커쇼 일병 구한 '119㎞ 느린 커브'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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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전서 능력 재검증한 커쇼
4회말 무사 1·3루 위기 속 역투
느린 커브로 헛스윙 삼진 잡아
다저스, 4-2로 탬파베이 제압
32년만 월드시리즈 우승 목전


파이낸셜뉴스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가 26일 미국 텍사스 알링턴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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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는 4회말 갈림길에 놓여 있었다. 커쇼는 정규시즌의 제왕이다. 사이영상을 세 차례 수상했고, 20승 이상을 올린 적도 두 차례나 된다. 통산 승률은 7할(0.697)에 가깝다.

하지만 올가을 전까지 포스트시즌에선 9승11패로 부진했다. 평균자책점은 4.47. 정규시즌 통산(2.43)의 두 배에 가까웠다. 그런 커쇼가 올해엔 변했다. 26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 전까지 3승1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다.

지난 21일 1차전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후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 번으론 부족하다. 재검증을 거쳐야 했다. 그런 점에서 5차전은 커쇼 본인에게나 팀에게 매우 중요한 일전이었다.

다저스가 3-2로 앞선 4회말. 커쇼는 선두타자 마고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마고는 도루와 실책이 겹쳐져 3루까지 진루. 다음 타자 렌프로 역시 볼넷. 무사 1, 3루의 절대 위기였다. 여기서 실점하면 커쇼는 강판당할지 몰랐다.

가을야구 징크스의 계속이냐, 통렬히 이를 날려보내느냐. 커쇼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6번 타자 웬들을 내야플라이로 잡아냈다. 다음이 고비다. 웬들은 좌타자. 좌투수 커쇼에게는 좀 더 편한 상대다. 다음 타자 아다메스는 우타자. 5차전, 어쩌면 월드시리즈 전체의 운명을 결정지을 극적인 장면이었다.

시리즈 전적은 2승2패. 탬파베이는 전날 끝내기 역전드라마를 연출한 다음이어서 한껏 사기가 올라 있었다. 초구는 파울 볼. 아다메스는 커쇼의 2구째 146.5㎞ 직구를 그냥 바라보았다.

볼 카운트 0-2로 투수에게 유리한 상황. 그러나 단타면 동점, 2루타 이상이면 단숨에 역전으로 이어지는 위기는 계속됐다. 3구째 커쇼가 선택한 구종은 커브였다. 커쇼에게 3100만 달러(약 360억원) 연봉을 안겨준 그의 장기다.

커쇼의 손을 떠난 공은 시속 119㎞로 느리게 날아오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졌다. 아다메스가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으나 헛스윙. 다음 타자 키어마이어가 왼쪽 타석에 들어서는 점을 감안하면 승부를 결정짓는 탈삼진이었다. 마음이 급해진 3루주자 마고가 홈 스틸을 노렸으나 아웃.

이어진 다저스의 5회초 공격. 야구에는 '위기 다음 찬스'라는 속설이 있다. 2사 후 4번 먼시 타선. 탬파베이 선발 글래스나우는 최고 구속 163㎞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다. 먼시는 볼카운트 3-2에서 99마일(159㎞) 직구를 두들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4-2, 사실상 승부에 쇄기를 박은 홈런이었다.

119㎞ 느린 커브와 159㎞ 강속구. 느린공은 결정적인 순간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고, 포수 미트를 찢어놓은 듯 힘찬 강속구는 홈런을 허용했다. 야구는 힘만 가지고 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완급의 조화를 새삼 깨닫게 해준 장면이었다.

26일 텍사스주 알링턴구장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5차전서 LA 다저스가 4-2로 이겼다. 3승2패를 기록한 다저스는 28일 6차전서 승리하면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게 된다. 탬파베이 최지만은 출전하지 않았다. 막판에 몰린 탬파베이가 우승할 확률은 34.8%로 낮아졌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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