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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현대차, 충당금에 가려진 깜짝실적…"4분기엔 1.4조 흑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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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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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2010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후 처음으로 올 3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미래를 내다본 결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전사적인 비용 절감 노력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에도 세타2 엔진 리콜 관련 대규모 충당금 설정으로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923억원 감소한 313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리콜 대상 세타2 엔진과 그 외 고객 불만 사례를 접수한 다른 엔진(세타2 MPI·HEV, 감마, 누우 등)에 대한 고객 품질 만족도 제고를 위해 선제적으로 2조1352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마련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1조2600억원의 추가 충당금 마련으로 현대·기아차는 총 3조4000억원가량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2018년과 지난해에도 엔진 관련 비용을 수천억 원씩 조성했던 현대차는 올해 그 규모를 조원 단위로 크게 끌어올리며 미래 고객 불안을 미리 해소했고 이것이 이번 3분기 실적에 불가피하게 반영됐다. 하지만 이 비용을 제외하면 올해 3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1조8210억원가량 흑자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그랜저 등 고급차 매출이 동반 상승하는 '믹스' 효과에 각종 신차 발매로 이익이 늘고 이로 인한 회사 펀더멘털도 강화됐다"며 "특히 금융 부문 비용 절감 노력이 더해져 이 부문도 이익을 기록해 엔진 보증 비용(2조1000억원)만 아니었다면 1조8000억원가량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을 테지만 결국 해당 비용 반영으로 3000억원 이상 영업손실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 분석 역시 이와 같은 궤도를 그린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타2 엔진 리콜 충당금 반영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본래 전망치를 훨씬 상회한다"며 "현대차가 지난 '잃어버린 5년'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번 3분기에는 신차 출시와 지역별 믹스 개선 등으로 실적이 오히려 좋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엔진 비용이라는 일회성 문제만 없었다면 고급차 중심 제품 포트폴리오로 개선세가 이어졌을 것"이라며 "향후 중국시장에서 공장 가동률을 최적화하면서 판매 채널을 교체하고 제네시스와 현지 전략형 모델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는 게 실적 개선의 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원가 절감과 판매차량 점유율 상승 등으로 현대차의 펀더멘털이 크게 개선되면서 사실 엄청난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것"이라며 "이번에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충당금이 추가 설정될 가능성도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중국시장의 경우 너무 오랫동안 망가져 있었기 때문에 현대차가 내놓은 시장 공략 방안들이 제대로 먹혀들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오는 4분기 현대차 매출이 지난해 4분기보다 5.61% 증가한 29조3842억원, 영업이익은 18.81% 증가한 1조383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앞으로 투싼·GV70 등 주요 신차의 성공적인 출시와 지역별 판매 정상화 방안을 적극 추진해 수익성 방어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코로나19 영향에서 조금씩 벗어나 판매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 4분기엔 글로벌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날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중국 사업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강조했다. 중국 자동차 수요가 2017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소비성향 양극화 현상으로 대형·고급차에 대한 현지 수요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태 현대차 중국지원팀 상무는 "엘란트라와 중국 전용 SUV인 ix35 등을 중심으로 상품성 높은 신형 개선 모델이 현지에서 선보일 것"이라며 "특히 베이징현대 주력 차종인 엘란트라와 신형 투싼은 최근 베이징모터쇼에서 호평을 받았고 지난해 옌타이중국기술연구소에서 실시된 베이징현대 딜러 대상 사전 품평회에서도 조속한 출시를 요청받았던 차종이었던 만큼 현지 실적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올 3분기 영업손실과 달리 기아차는 영업이익 흑자를 유지했다. 글로벌 차량 판매는 69만9000여 대로 지난해 3분기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국내 판매가 3% 이상 늘고 코로나19 와중에도 경쟁력 있는 신차가 점유율을 높여갔기 때문이다. 이로써 기아차는 올 3분기 매출은 16조321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8.2% 늘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3% 감소한 1952억원을 기록했다.

카니발·쏘렌토 등 신차 발매 믹스 효과가 일어난 데다 비용 절감 노력이 더해져 엔진 보증 비용에도 크게 선방한 셈이다.

[서진우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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