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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9세 백신 접종 시작, 사망 신고 59건으로 늘어 '불안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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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59명 중 46명 백신 연관성 매우 낮아
싱가포르 국산 백신 접종 중단에 "상황 설명할 것"
첫날 반나절만에 노인 26만여명 접종
한국일보

독감백신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에서 만 62~69세 사이의 어르신들의 무료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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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부터 만 62~69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가 59명까지 증가하면서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정부는 “기저질환이 있는 60대 이상은 독감에 걸릴 수 있는 고위험군”이라며 접종을 권고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0시 기준 약 1,468만명이 독감 백신을 맞았으며 이 중 1,231명이 이상반응을 호소했고,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는 59건이라고 밝혔다. 사망 사례는 지난달 24일(48명)보다 11명 늘었고, 애초 중증 이상사례로 신고된 후 사망한 3명도 포함됐다. 연령별로는 70대와 80대가 각각 26명으로 가장 많고, 60대 미만 5명, 60대 2명이다. 사망 사례 10명 중 9명(91.53%)이 60대 이상 고령자다.

질병청은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과 사망 신고의 경우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예방접종피해조사반(피해조사반)은 전날 긴급 대응 회의를 열고 사망사례 20건에 대해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를 파악한 결과, 모두 백신 자체 또는 접종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사망자와 같은 날, 같은 의료기관, 같은 제조번호의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상반응 여부를 확인한 결과, 접종부위 통증 등과 같은 경증 반응 외에 급성 면역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등 중증 이상반응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했다.

앞서 피해조사반은 다른 사망자 26명에 대한 사인을 검토한 결과 백신 접종과는 인과 관계가 매우 낮다고 결론 낸 바 있다. 현재까지 사망자 59명 중 46명에 대해 같은 결론을 내린 셈이다. 피해조사반은 △백신의 이상반응으로 추정되는 소견이 없고 △기저질환의 악화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으며 △부검 결과 명백한 다른 사인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이를 바탕으로 백신 재검정이나 국가 예방접종사업의 중단을 고려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접종을 이어가기로 했다. 나머지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13명과 추가 신고되는 사례들에 대해서는 역학조사를 거쳐 피해조사반 회의를 통해 인과성을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싱가포르 보건당국이 접종 후 사망 사례로 인해 국내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4가'와 프랑스 제품 '박씨그리프테트라'의 접종을 중단 권고한 것에 대해서도 "특정 제조사의 특정 백신에 대한 신뢰성 문제라 보기 어렵다"며 "백신과의 인과관계 등 정확한 상황을 (싱가포르 측에)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해선 사과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접종 초기 백신 유통 문제나 백색입자 백신 등으로 백신에 대한 신뢰를 드리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방역당국자로서 송구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다만 예방접종 사업을 유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나 길랭-바레 증후군 등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상반응이 일어날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령자들의 경우 백신 접종이 필요한 건 맞지만, 사망자 추이 등을 좀 더 지켜본 뒤 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없지 않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예년에 비해 독감 유행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접종을 늦추고 명확한 원인 분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질병청에 따르면 이달 11~17일 독감 의사환자(38도 이상의 갑작스런 발열과 더불어 기침 또는 인후통이 있는 사람) 수는 1,000명당 1.2명으로, 전년 동기(4.6명) 대비 크게 낮았다. 독감 바이러스 검출률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0%였고, 검사전문 의료기관에서도 0.7%에 불과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보통 독감은 11월 중순부터 유행하는데 올해는 조금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이상반응 신고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맞는 게 낫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정부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해서 국민들의 걱정이 없어지진 않는다”며 “당장 접종 수행자(의사)들도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백신과 사망의 인과관계 등을 보다 쉽고 구체적으로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62~69세 대상 국가 예방접종 지원사업 첫 날인 이날 오후 1시까지 백신을 맞은 대상자는 총 26만3,240명이라고 밝혔다. 전체 지원 대상자(498만3,534명) 20명 중 1명이 반나절만에 백신을 접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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