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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제2의 ‘구하라 사건’…숨진 딸, 계모 상속 원했지만 친모 되레 ‘절도’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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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모, 1억5000만원 보험금·퇴직금 받고도 병원비로 사용한 5500만원 요구

딸, 생전 ‘유산분쟁’ 예상…‘구하라법’ 적용 못받지만 입법되도록 기사화 원해

헤럴드경제

서울동부지법.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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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암 투병 끝에 숨진 딸의 유산과 보험금을 28년 만에 나타난 친모가 가로챈 이른바 ‘제2의 구하라 사건’이 또 발생했다. 친모는 계모와 이복동생에게 간병 비용과 병원비로 사용한 돈을 두고 민형사 소송을 걸기까지 했다.

2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친모 A(55)씨는 서울동부지법에 29세를 일기로 숨진 딸 김모씨의 계모와 이복동생을 상대로 김씨의 체크카드와 계좌에서 사용한 5500만원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지난 4월 제기했다. A씨는 계모와 이복동생이 김씨의 상속 재산을 손댔다며 절도로 고소했으나 투병 생활 중 간병 비용과 병원비 결제를 위해 사용한 것이 인정돼 무혐의로 처분이 났다.

A씨는 김씨가 태어난 후 1년 넘게 연락 없이 지내다 딸의 사망 소식을 들은 후 갑자기 나타나 사망보험금, 퇴직금, 김씨가 살던 방의 전세금 등 1억50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김씨의 친부가 수년 전 사망한 탓에 현행 민법상 김씨의 유일한 직계 존속이자, 단독 상속자다. 김씨는 지난해 위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하던 중 올해 2월 숨졌다.

A씨는 김씨의 간병을 해 오던 계모와 이복동생에게 투병 생활에 사용된 돈까지 요구했다. A씨가 부당이익 청구 소송을 건 5500만원은 숨진 김씨의 전세 보증금 절반인 4000만원과 투병 생활에 든 비용이었다. A씨는 처음에는 계모와 이복동생이 이들이 경제적으로 궁핍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먼저 4000만원을 주기로 약속했으나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계모와 이복동생이 A씨를 상대로 약 5000만원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A씨는 부당이익 반환 청구 소송과 형사 고소로 맞섰다. A씨와 계모 측은 두 차례 조정을 통해 숨진 김씨의 빚을 다 갚고 남은 돈을 반으로 나눠 갖기로 이달 20일 결정했다. 채무 정리 후 계모와 이복동생에게 돌아갈 돈은 1000만원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숨진 김씨는 생전에 이 같은 ‘유산 분쟁’을 이미 예상했다. 계모와 이복동생을 대리하는 장영설 예솔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고인이 생전에 재산이 친모에게 갈 것을 알고 처리하고 싶어했으나 그때 이미 (위암)말기로 보험이나 퇴직금 정리를 위해 돌아다닐 수 없는 단계였다”며 “‘구하라법’의 적용을 받기 어렵더라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고 빨리 입법될 수 있도록 기사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셨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수 구하라씨의 오빠 구호인 씨는 20여년 간 연락 끊고 살던 친모가 재산 상속 요구를 주장하자, 구하라씨가 숨진 지난해 국회에 입법 청원을 올렸다. 구하라법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올해 5월 폐기됐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발의한 상태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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