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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밀폐된 지하공간에 260여명 다닥다닥…핼러윈 앞두고 방역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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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핼러윈 데이(Helloween day)를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 클럽에 용산구청에서 부착한 ‘’핼러윈 데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핵심 방역수칙 철저 준수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부는 오는 31일 핼러윈 데이로 인한 고위험시설 내 밀집도가 커질 것으로 예측하면서 이에 대한 집중 방역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2020.10.26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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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람이 엄청 몰렸어요. 50만 원 가지고는 좋은 테이블 잡기 힘들어요.”

25일 밤 서울 서초구 유흥가에 있는 한 클럽. 자정 가까이 된 시간이었지만 영업직원(MD)과 남녀 7명 무리는 가격 흥정이 한창이었다. 일요일이었지만 클럽은 지하 2층 입구까지 수십 명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릴 만큼 붐볐다. 대학생 김모 씨(21)는 “중간고사가 끝나 친구들과 놀러왔다. 내일이 월요일이긴 해도 비대면 수업이라 별 부담이 없다”며 “다들 마스크를 잘 쓰진 않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뒤 서울 강남과 이태원, 홍대 등 유흥가가 다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달 말 핼러윈을 앞두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방역당국 측은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도 한순간의 방심이 불러일으킨 참사”라며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밀폐된 지하공간에 260여 명이 가득

25일 밤부터 26일 새벽까지 돌아온 서울 유흥가들은 이곳만 봤을 땐 마치 코로나19가 종식된 분위기였다. 둘러본 클럽들은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을 밀착시킨 채 흥청망청했다.

서초구에 있는 A 클럽은 지하에 있는 전체 공간이 약 330㎡(100평) 남짓했지만, 260여 명이 다닥다닥 몰려있었다. 특히 DJ부스가 있는 무대 등 흔히 명당자리라 불리는 곳은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밀접 접촉이 심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하며 클럽에 입장 인원을 4㎡(1.2평) 당 1명으로 제한하도록 운영지침을 내렸다“며 ”80명 안팎만 있어야 할 공간에 3배 이상의 인파가 몰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마나 마스크를 제대로 쓴 사람도 드물었다. 넉넉하게 잡아도 10명 가운데 4명꼴만 마스크를 착용했다. 대부분 아예 벗거나 ‘턱스크’ 차림으로 서로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있었다. 술에 취해서 부둥켜안은 이들도 있었다.

코로나19 감염의 주된 통로인 비말(침방울) 전파에도 취약한 조건이었다. 클럽 곳곳에선 분위기 연출용 수증기를 내뿜었고, 실내 흡연자도 적지 않아 눈앞이 뿌옇게 흐려질 정도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섞인 비말이 수증기, 담배연기 등과 결합되면 당연히 더 쉽게 전파될 수 있다“며 ”가뜩이나 밀폐된 환경에서 안개처럼 비말이 퍼진 공간은 감염병의 온상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단속도 무색, 핼러윈 방역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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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데이(Helloween day)를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 클럽에 용산구청에서 부착한 ‘’핼러윈 데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핵심 방역수칙 철저 준수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부는 오는 31일 핼러윈 데이로 인한 고위험시설 내 밀집도가 커질 것으로 예측하면서 이에 대한 집중 방역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2020.10.26/뉴스1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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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단속도 소용이 없었다. 이날 경찰은 26일 오전 2시 18분경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단 신고를 받고 한 클럽에 나가 현장 점검했다. 경찰이 도착하자, 무전기를 둔 한 직원은 부리나케 지하로 뛰어 내려갔다. 이후 업소 안에는 ‘마스크 착용 및 1m 거리두기를 부탁합니다’는 공지가 전광판에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클럽에 방역지침 위반 신고가 들어왔으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며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31일 핼러윈을 앞둔 강남과 이태원 등은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핼러윈 축제 사전 예약 진행 중’이란 홍보성 글들이 크게 늘어난 상태. 한 클럽 관계자는 ”벌써부터 문의가 차고 넘친다. ‘물 좋은’ 클럽은 이미 예약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5월 집단감염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이태원도 핼러윈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이태원에 있는 한 클럽에서 만난 직원은 ”거리두기나 방역수칙 탓에 사람이 별로 없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걱정마라. 이미 많이 예약됐다. 인원이 넘쳐도 우리가 벌금내면 된다“고 자신했다. 지하철6호선 이태원역 인근에 있는 한 클럽은 용산구보건소의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호소 현수막 옆에 ‘실내 흡연 가능’ 등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내걸어놓기도 했다.

서울시는 핼러윈을 전후에 강력한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강남과 이태원 등 일대에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26일 ”이번 주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방역수칙 이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며 ”한 가지라도 방역수칙을 어길 경우엔 즉시 집합금지나 고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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