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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 “中공산당이 한반도 참화 가져와”… 6·25 소환해가며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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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시진핑 발언 이례적 반박

‘전쟁 통한 평화’ 시진핑 주장에 발끈

공산당에 맞선 자유진영 연대 강조… 美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계시켜

정부, 習발언 사흘만에 “명백한 남침”… “BTS보다 못한 외교부” 질타받아

동아일보

국방-외교장관 “시진핑 6·25 발언에 동의 못해”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 사진)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서 장관은 6·25전쟁을 ‘제국주의 침략자 전쟁’으로 규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 장관은 “한국전쟁은 북한의 남침”이라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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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이 최근 첨예해진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등장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6·25전쟁을 “제국주의의 침략”이라고 규정하면서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를 강조하자 미국 국무부가 바로 “중국의 지지를 받은 북한의 남침”이라고 받아치며 일축한 것.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 무력충돌 위기까지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70년 전에 발발한 6·25전쟁까지 소환해가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 자유국가들의 ‘반중 연대’ 강조한 美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24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6·25전쟁이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의 남침임을 분명히 한 뒤 “자유진영 국가들이 (북한군에) 맞서 싸울 때 중국 공산당은 수십만 명의 병사를 보냈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 유엔 참전국 등 자유진영 국가들이 당시 북한과 중국 공산당에 맞서 연대했다는 것을 강조한 것. 이는 현재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함께 반중(反中) 전선을 구축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구도와 다르지 않다.

6·25전쟁에서 5만4000여 명의 전사자를 낸 미국은 올해 전쟁 70주년을 맞아 한국과 피로 맺어진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전쟁을 중국이 ‘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규정한 것은 미국으로서는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미국은 시 주석이 미국의 ‘제국주의’를 강조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을 지키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국방력 강화에 한층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것.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시 주석의 23일 발언 중 “전쟁으로 전쟁을 멈추고 전쟁의 승리로 평화와 존경심을 얻는 것이다”라고 한 부분을 주목하며 “심화하는 미중 경쟁의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이 그저 물러나 있지 않고 힘을 키우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까닭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역내 전선 구축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27일 인도에서 ‘2+2’(외교·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6·25전쟁을 ‘한미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로 언급한 뒤 중국 누리꾼들의 공격을 받던 방탄소년단(BTS)에 대해 “BTS가 긍정적인 한미 관계를 지지하는 노력을 보여준 점이 고맙다”며 응원하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 정부, 習 발언 사흘 만에 뒤늦게 “6·25는 남침”

외교안보 부처 장관들은 시 주석의 6·25전쟁 왜곡 발언이 나온 지 사흘 만에야 뒤늦게 첫 공식 입장을 내놨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6·25전쟁은) 명백한 남침이고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사주를 받아 (북한이) 남침한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의 ‘제국주의 침략자의 전쟁’ 발언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남침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중국에 대해 우리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부가 그간 반박 입장을 내놓지 않은 데 대해 “제반 사항을 고려했을 때 원칙적 입장만 표명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해 ‘중국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BTS보다 못한 외교부가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22일 시 주석이 ‘항미원조’ 관련 전시관을 찾아 “(이는) 정의와 평화의 승리”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건 부인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 주석 연설 이후 별도의 성명 등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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