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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내년엔 보고 싶지 않아요"... 국감 추태 TOP 3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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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태년(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난극복 국감 △민생 국감 △평화 국감 △미래전환 국감 등 정책국감을 위한 4가지 목표를 내걸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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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을 위한 ‘정책 국감’을 하겠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부 실정을 들춰내고 깐깐한 검증을 하겠다.”(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 사령탑은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에 대한 각오를 벼리고 또 벼렸다. 4년 내내 충돌과 공전으로 ‘최악의 국회’로 불렸던 20대 국회의 오명을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듯 했다. 하지만 이들의 공언은 ‘장밋빛 목표’로 끝났다. 이번 국감에서도 정책 국감의 성과는 찾아보기 어렵고 고성ㆍ막말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되풀이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새롭게 등장한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됐다.

“얻다 대고 반말이야!”, “나이도 어린 XX가” 반복된 막말

한국일보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다투고 있다. 국회의사중계시스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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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과 막말로 서로에게 삿대질하는 추태는 올해도 어김 없었다. 여야 의원들이 정책을 두고 다툰 것도 아니었다. 질의시간 등 부수적인 사안으로 자존심 대결을 벌여 '꼰대 국회'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과 과방위원장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박 의원은 “당신이 (발언시간을) 중간에 끊었다”며 사과를 요구하자 이 위원장은 “당신? 얻다 대고 당신이야! 여기 위원장이야!”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 위원장은 자리에서 벗어나 박 의원 앞까지 나갔다. 여야 의원들이 막아섰지만 소용없었다. 박 의원은 “한 대 쳐볼까! 나이도 어린 xx가”라고 욕설을 했고, 이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하며 의사봉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결국 과방위는 11분 간 정회됐다.

국정 감사 기간 여야가 힘을 합쳐 715개의 피감 기관을 심사하려면 1분 1초도 아까운 시간이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증인 채택 여부나 발언 시간을 두고 시비를 벌이기 일쑤였다. 10년째 국감을 지켜봤다는 한 보좌관은 “정쟁 국감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게 다 있다”며 “증인을 무산시키고 ‘방탄 국감’을 하겠다는 여당이나 행정부 감시보다 여권만 꼬집겠다는 야당 모두 이전 국감의 구태를 벗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여긴 그 상임위가 아닌데... 기승전 '추미애' 질의도
한국일보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통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에게 자료를 들어 보이며 질의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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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수를 잘못 찾은 엉뚱한 질의가 나오는 일도 빈번했다. 해당 상임위원회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슈로 질의를 하거나 증인을 신청해 시비가 벌어지는 일도 잦았다.

7일 열린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서해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을 꺼냈다. 그는 “군은 일련의 사건을 감청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는데, 과방위가 현장에 가서 직접 들어보는 ‘현장검증’을 의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박 의원이 요청한 군 감청장비 검증은 과방위 소관이 아니라 국방위 또는 정보위가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원욱 과방위원장도 “통신과 방송, 인터넷 플랫폼 등을 담당하는 과방위 소관 업무가 아니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같은 날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복지 이슈와 관련없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을 수술한 의사의 출석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는 국감을 기관의 업무나 정책에 대해 질의하는 시간으로 여기기 보다는 자기 홍보의 장이나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턱스크’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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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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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국회 사무처는 국감장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때문에 의원들은 질의 할 때도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물을 마시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하기 때문에 국감장 안으로 물병 반입도 금지됐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마스크를 벗고 질의하다 제지당했다. ‘턱스크(턱에만 쓰는 마스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7일 과방위 질의에서 “답답한데 마스크를 벗고 질의해도 괜찮지 않겠냐”며 마스크를 벗고 질의하다 동료의원에게 핀잔을 들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말할 때 비말이 많이 나온다. 심각한 코로나19 국면이니 불편하더라도 가능하면 말할 때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감에서 마스크로 턱만 가려 논란이 됐다. 국회 관계자는 “국감장에서의 마스크 착용 수칙에 대해 충분히 안내했지만, 말하다보면 마스크가 내려갈 수 있어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도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의 활동을 감시하는 만큼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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