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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독설이 촉발한 프랑스·터키 갈등…유럽 vs 이슬람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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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마크롱 겨냥 "정신치료 필요" "유럽 지도자는 파시스트"

유럽 국가 "용납 못할 발언"…이슬람권 '신성모독'이 문제

연합뉴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독설이 촉발한 프랑스와 터키의 감정싸움이 유럽권과 이슬람권의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겨냥해 '정신 치료가 필요하다'며 포문을 연 에르도안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유럽 지도자들을 싸잡아 '파시스트'(과격 국가·국수주의자)로 비하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이에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며 프랑스 곁에 섰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권 국가는 프랑스가 '신성모독'을 자행하고 있다며 터키를 두둔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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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AP=연합뉴스]



◇ 마크롱 이슬람 겨냥 정교분리 강화…에르도안 "정신 치료받아라"

사건의 발단은 프랑스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의 잔혹한 죽음이었다.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삼은 풍자만화를 주제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토론 수업을 진행한 사뮈엘 파티는 지난 5일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18세 청년에 의해 거리에서 잔인하게 살해됐다.

이 사건 이후 프랑스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마크롱 대통령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옹호했다.

또한 그는 "자신들의 법이 공화국의 법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상이 문제"라면서 이슬람교를 겨냥해 정교분리(라이시테)의 원칙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러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크롱에게 "정신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사흘 연속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지난 24일 "마크롱은 무슬림과 무슨 문제가 있나? 정신 치료가 필요하다"며 "소수 종교를 믿는 자국 내 수백만 명의 사람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국가 원수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날에도 "마크롱은 밤낮으로 에르도안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는 문제가 있으며, 정말로 (정신과)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26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이슬람 종교행사에서는 "당신들(유럽 지도자)은 진정한 의미의 파시스트"라며 "당신들은 나치와 연결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럽의 이슬람 신자를 2차 세계대전 전 유대인에 비유하고 "린치(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유럽은 마크롱 주도의 무슬림에 대한 증오 캠페인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에서 터키 제품을 사지 말자고 하는 것처럼 프랑스 상표가 붙은 제품은 믿지 말고, 프랑스 제품은 사지도 말자"며 프랑스 제품 불매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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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반프랑스 시위
[EPA=연합뉴스]



◇ 이슬람권 '신성모독' 주장하며 프랑스 비판

에르도안의 독설은 이슬람권에서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고 종교기관인 원로신학자위원회는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것은 극단주의자에게 도움만 준다고 지적했다.

원로신학자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 세계에서 현명한 사람들의 의무는 사상 및 표현의 자유와 무관하면서 극단주의자들에게 도움만 주는 모욕을 규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도 무함마드를 소재로 한 풍자만화를 규탄하고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신성모독을 정당화하는 것을 계속 비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 신자인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도 전날 트위터에서 "마크롱은 테러리스트가 아닌 이슬람을 공격함으로써 이슬람 혐오를 조장하는 길을 택했다"고 비난했다.

또 요르단의 야당 이슬람행동전선도 24일 마크롱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프랑스 제품 불매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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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뮈엘 파티 추도식 연설하는 마크롱 대통령
(파리 AP=연합뉴스) 에마뉘엘 프랑스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열린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의 국가 추도식에 참석해 추모 연설을 하고 있다. (끝)



◇ 유럽 국가들 에르도안 발언 "용납 못해"

이슬람권 국가들이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신성모독'에 주목한 반면, 유럽 국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 수위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의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신 치료' 발언에 대해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명예훼손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교사에 대한 "이슬람 광신도의 끔찍한 살인"이 이뤄진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프랑스어로 글을 올리고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판했다.

콘테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언급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개인적 독설은 EU가 터키와 함께 추구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어젠다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결책을 멀어지게 할 뿐"이라고 적었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과 완전한 연대"라고 강조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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