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전자산업의 쌀' MLCC로 日 무라타와 경쟁… 삼성전기, 자동차 시장으로 진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삼성전기 3분기 영업익 3000억대… MLCC 효자 역할
2024년 20조 시장… 무라타 이어 세계 2위 달려
자동차 전장용 시장 유망… "소재·공정 기술로 경쟁력 강화"

삼성전기(009150)는 올 3분기에 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전체 매출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가 효자 역할을 하면서 시장 예측치(2600억~2800억원)를 뛰어넘는 수익성을 기록한 것이다. 삼성전기는 26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부터 MLCC 수요가 회복되면서 가동률이 풀가동 수준으로 향상됐다"면서 "4분기에도 풀가동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MLCC는 전자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류 흐름을 조절하고 부품간 전자파 간섭을 막아주는 초소형 부품이다.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들어가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KB증권에 따르면 세계 MLCC 시장 규모는 올해 16조원에서 오는 2024년 20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IT·산업용 MLCC에 이어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용 MLCC 사업을 확대하면서 세계 1위 MLCC 회사인 일본 TDK를 추격하고 있다. 전자부품 국산화에 앞장섰던 삼성전기가 MLCC 시장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

조선비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 7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서 MLCC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MLCC, 삼성전기 캐시카우… 무라타와 신경전 치열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그룹의 전자부품 회사인 삼성전기는 1994년 10대 주력 제품을 선정하고 생산능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웠다. 당시 10대 주력 제품 중 하나가 MLCC다.

삼성전기는 1995년 국내 전자부품 회사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는데, 지난해에는 매출 8조408억원을 기록했다. MLCC, 카메라모듈, 기판 등이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세계 MLCC 시장 점유율은 일본 무라타(44%), 삼성전기(22%), 일본 다이오유덴(13%) 등의 순이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일본전자산업 리서치 총괄인 미나미카와 아키라는 "한국과 중국의 경쟁자들이 여전히 일본 MLCC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전기 MLCC가 기술력이나 품질 측면에서 일본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어 한·일 기업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과거 무라타는 삼성전기를 상대로 MLCC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2011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기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 자동차 전장용 시장 본격 공략… 이재용 "선두에서 혁신 이끌자"

삼성전기는 올 7월 자동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계)과 제동장치에 들어가는 MLCC 5종을 개발, 자동차 전장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김두영 삼성전기 컴포넌트사업부장(부사장)은 "전장용 MLCC는 개발과 대량 생산에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며 "삼성전기는 기술난이도가 높은 파워트레인용 제품까지 개발했다. 앞으로도 차별화된 소재·공정 기술을 적용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전기가 자동차 전장용 MLCC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전장용이 전체 MLCC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일례로 자동차에는 대당 3000~1만5000개의 MLCC가 들어간다. 스마트폰에는 1000개 정도의 MLCC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기는 "올 3분기 전장용 MLCC의 매출 비중이 약 10%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올 4분기에는 매출 성장이 예상돼 10% 이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7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 라인을 점검하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자"고 당부했다.

설성인 기자(seol@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