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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5억 이상은 5년내 보유세 폭탄… "9억 미만은 다음 정권으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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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 공시가격을 시세만큼 올리기로 발표하면서 보유세가 얼마나 늘어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27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여당에서 이날 오전 모든 부동산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90%로 맞추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이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현실화율이란 공시가격이 시세의 얼마만큼을 차지하는지를 말한다. 1억원짜리 집의 공시가격이 7000만원이면 현실화율은 70%다.

방안에 따르면 9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매년 3%포인트(p)씩 현실화율을 올리게 된다. 15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2025년에, 9억~15억원 주택은 2027년에 현실화율이 90%에 도달한다. 9억원 미만 공동주택은 오는 2023년까지 1%p 미만으로 소폭 올린 이후부터 연 3%p씩 올린다. 2030년에 공시가격 현실화율 90%를 맞추게 된다.

이를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에 따라 형평성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결론적으로 공시가격 9억원 미만 아파트를 소유한 이들은 그대로 둔채 9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에게만 증세를 강요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15억원 이상인 고가 아파트 서울 잠실동의 잠실주공 5단지 전용면적 82.61㎡의 경우 올해 보유세는 918만원으로 작년보다 보유세가 50%가량 올랐다. 시세가 많이 오른 탓이지만 현실화율은 76.7%에 달했다. 이 현실화율이 90%가 달하는 2025년의 경우 보유세는 집값이 현재 수준을 유지해도 1904만원이다. 5년만에 보유세가 2배 가량이 되는 셈이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 사례로 서울 중계동의 중계 무지개 전용면적 59㎡를 보면 공시가격 2억6800만원, 현실화율 67.7%에 보유세는 45만3496만원이었다. 현실화율 90%에 달하는 2030년에 내야 할 보유세는 집값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했을 때 49만8000원이다. 10년이 지나도 보유세 상승률은 10%에 그친다.

지금도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은데 이들만 더 빠른 증세를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공시가격 30억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 이미 현실화율은 79.5%로 시세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통상 현실화율이 80%면 시세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본다. 반면 9억원 미만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7.1%로 가장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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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준 표준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공시가 현실화율/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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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부담은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에게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주택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보인다면 이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특히 세율도 높아질 예정이라는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유세는 과세표준과 세율이 동시에 높아지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종부세의 경우 과세표준과 관련된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매년 5%p씩 인상돼 2022년 공시가격의 100%로 맞춰질 예정이고, 2021년엔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에 대한 세율이 구간별로 현행 0.6~3.2%에서 1.2∼6.0%로 인상될 예정이라 규제지역의 세부담이 크게 뛴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결국 중저가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 과제는 다음 정권으로 떠넘긴 것이라고 해석한다. 해당되는 사람이 많아 조세저항이 클 수 있는 대목은 쏙 빼놓은 이번 방안이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의미다.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9억원 미만 1주택자의 세금은 좀 늘겠지만 그래도 정치적 판단에 따라 크게 부담을 안 지게 됐다. 부자들 세금은 빨리 올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눈치보면서 올리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세에 맞춰 공시가격을 설정해야 한다고 개편에 나서면서, 가장 현실화율이 낮은 9억원 미만 아파트의 경우 유예하는 방안을 내놨다"면서 "9억원 미만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는 결국 다음 정권에서 하라는 뜻으로 봐야 한다. 다분히 정치 공학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세금은 입법부 권한인데, 행정부가 공시가격 인상 수단을 통해서 세금을 인상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세금이 적절한 지에 대해 따지는 판단이 빠진 월권 행위, 조세법정주의를 어기는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90%라는 점에 대해서도 논란은 있다. 통상 KB시세 10억원짜리 주택이라면 층·향·주택 내부 조건·매도 조건 등에 따라 9~11억원 사이에서 팔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세를 거의 반영한다고 보면 된다.

전문가들은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공시가격이 실제 매매가보다 높은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시세는 수시로 변하는 것인데, 4월 말에 공시가격이 확정됐다가 하반기 들어 시세가 하락하면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했다.

건강보험료 등이 모두 공시가격과 연동해 부과되는 것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은퇴 1주택자 등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예상하지 못한 사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60여개가 넘는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은퇴한 1주택자들의 건강보험료, 복지 쪽에선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등이 대표적이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시가격은 조세·부담금 차원에선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증여세, 건강보험료, 개발부담금 등에 영향을 미친다. 복지 분야에선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장학금, 근로장학금 등에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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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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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은 이날 서울 양재동 한국감정원 수도권본부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을 발표했다. 연구원은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현실화율 제고 방식으로 유형별로, 주택 가격별로 다르게 현실화 하는 등 3가지 방안으로 제시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최상현 기자(hy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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