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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7조’ 조은산 “어디에 계십니까”…文대통령님께 바치는 ‘무영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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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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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시무7조로 유명한 진인 조은산이 27일 ‘문재인 대통령님께 바치는 무영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은산은 이날 자신 블로그를 통해 “말 못한 아픔들이 40만의 바람이 되어 시화문을 타고 여민관을 스쳐 지났습니다”라고 ‘무영가’를 시작했다.

조은산은 “하나의 권리가 다른 하나의 권리를 막아서면 안 된다”며 “한쪽에 모든 힘을 가하면 양쪽이 모두 무너진다”고 했다.

이어 “기업과 노조,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대인과 임차인,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계층과 계층, 각자 외로우나 결국 한 몸과 같으니 헤아림을 같이 하시고 한쪽을 해하려거든 차라리 함께 멸해 그 흔적마저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코 사람 뒤에 숨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국민은 각자 다르니 한곳에 몰아넣으면 안 되고, 각자 영역을 존중하고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모두가 고통받는 시대가 도래했으니 모두가 보호받아야 한다”면서도 “그 정도를 점차 다르게 해야 한다. 계층과 계층을 절단하는 단면이 아닌 완만한 경사를 지어 재정 또한 아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어디에 계십니까. 인의 장막에 가려져 보이지 않습니다. 그 흔적만을 쫓아 여윈 글을 맺습니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조은산이 지난 8월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글 ‘시무7조’는 43만건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당시 조씨는 ①세금 감면 ②감성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정치 ③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외교 ④부동산과 관련한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고 이에 상응한 정책 ⑤편가르기 인사 지양 ⑥헌법가치 존중 ⑦​ 과거 적폐청산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구현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청원 72일만인 지난 23일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이 열망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며 “이번 청원 의견도 잘 듣고 다시 한번 살피는 계기로 삼겠다. 고견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min3654@heraldcorp.com 〈문재인 대통령님께 바치는 무영가(無影歌)〉

말 못한 아픔들이 40만의 바람이 되어 시화문을 타고 여민관을 스쳐 지났습니다.

좌우를 두고 정처 없던 그들은 여민관을 지나 갈래길에 가만히 닿았고 녹지원의 반송 아래, 낙엽이 되어 내려앉았습니다.

그곳의 가을은 어떻습니까?

격렬했던 마음들은 광장의 붉은 눈동자와 푸른 새벽 그리고 반송의 오래된 숨결을 기억합니다.

낡은 장롱 속 켜켜이 쌓아둔 이불의 내음처럼 그리운 마음에, 낙엽은 더욱 보채려 바스락댐이 그렇게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글을 써내려감에 때로는 심장을 뜯어내어 스스로 바라보는 듯합니다. 제 안에 아픔이 깊어, 되려 아픔을 주려 한 까닭입니다.

두려운 마음에 손이 떨려 글을 이어나가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 그러합니다. 그러나 이겨낼 것입니다. 눈을 바로 떠 숨을 크게 들이마심은 남은 말들이 태산 같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권리가 다른 하나의 권리를 막아서면 안 됩니다. 한쪽에 모든 힘을 가하면 양쪽이 모두 무너집니다. 권리와 권리가 만나 춤을 추듯 어우러져야 합니다. 정치는 본디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위대한 지도자는 첨예한 대립의 칼날 위에 홀로 춤을 추듯, 위태롭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입니다.

기업과 노조,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대인과 임차인,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계층과 계층, 각자 외로우나 결국 한 몸과 같으니 헤아림을 같이 하시고 한쪽을 해하려거든 차라리 함께 멸하시어 그 흔적마저 없애야 할 것입니다.

매사에 진심으로 임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구렁이가 되어 담벼락을 타고 넘을 줄도 알고 성난 황소가 되어 담을 부셔야 할 때도 있음을 스스로 아셔야 합니다. 그러나 결코 사람 뒤에 숨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처세를 말씀드리고자 함입니다.

국민은 각자 다르니 한곳에 몰아넣으면 안 됩니다.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고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통합입니다. 다르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오, 밟아 없앨 것도 아닙니다. 그 접점을 찾고자 눈을 감아 고뇌하고 밤을 밝혀 신음하니, 대통령의 낮과 밤은 따로 없는 것입니다.

2차 재난지원금을 의결하셨습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위주의 구제책이었고 업종별로 위중함을 달리하셨습니다. 아쉬움도 있으나 좋은 일입니다. 아름다운 그림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여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보편적, 선별적 복지를 아우르는 차등적 복지를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모두가 고통받는 시대가 도래하였으니 모두가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정도를 점차 다르게 하시라는 뜻입니다. 계층과 계층을 절단하는 단면이 아닌 완만한 경사를 지어 재정 또한 아끼셔야 합니다.

기본 소득을 논하기 전, 사회 취약계층을 먼저 살피셔야 합니다. 분배 정책을 논하기 전, 재정의 건전성을 먼저 살피셔야 합니다. 재정을 한 계층에게 강요한 고통의 산물이 아닌, 기업의 이익 창출과 고용의 확대에서 나오는 경제 순환의 산물로 채우셔야 합니다. 정치가 이념을 품어도 경제는 원리로써 지켜져야 합니다.

공권력의 살아있음을 보여주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국가공권력은 강하고 엄정해야 합니다. 다만 일선의 경찰관들과 구급대원들의 공권력을 먼저 살피셔야 하며 이러한 공권력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자 국민이 낳은 자식입니다. 큰 틀에서 외교를 논하고 국정 운영의 방향을 굳건히 하시되, 국민의 사소함까지 살피시어 내정의 기틀을 세우셔야 합니다.

형법을 개정하시어 5대 범죄와 재산범죄의 법정형을 높이시고 판사의 작량감경을 제한하시어 사람을 죽이고 부녀자를 간음한 자가 반성문과 전관 변호인의 덕으로 다시 거리를 활보하는 일이 없도록, 여당의 의원들을 재촉하시어 발의를 논의토록 하셔야 합니다. 길거리의 정의는 책상머리의 인권과 결코 같지 않음을 아셔야 합니다.

이 나라의 청소년들을 범죄자의 길로 내몰고, 같은 학생이 다른 학생을 던지고 때리고 빼앗아 죽여 없앰을 조장하는 소년법을 개정하셔야 합니다. 범죄소년과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하향 조정하시고 죄명별로 보호처분을 제외해 법의 보호 아래, 청소년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안전한 하굣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청소년 보호법에는 양벌규정을 두시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시고 영세상인들의 생존권 또한 지켜주셔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민생이며 이 땅의 아이들을 지키는 어머니의 길이자 어머니들을 위한 길입니다.

노력한 대로 보상받는 세상을 청년들 앞에 펼쳐주셔야 합니다. 잘못된 평등이 순수한 공정을 해하지 않도록 제도를 재정비 하셔야 합니다. 정시 비중을 더욱 확대하시어 권력과 재력이 아닌, 실력 위주의 대입제도를 공고히 하셔야 합니다.

사법고시를 부활하시어 가난한 자의 법복이 낡은 법전과 함께 빛날 수 있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대통령님께서 가난을 딛고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가난한 자가 소외된 자의 참된 인권을 제 가난에 비춰 살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셔야 합니다.

공기업과 공무원의 채용 과정을 다시 살피시어 피땀 흘려 노력한 청년들이 역차별 앞에 짓밟혀 울지 않게 해주시고 늦은 밤, 전등의 스위치를 가까스로 내리고 찾아온 적막과 어둠 안에 그들의 미소만이라도 밝게 빛날 수 있도록 지켜주셔야 합니다.

국보 1호는 바로 아이들이니 학대받고 소외당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하셔야 합니다. 모든 아이가 부유한 집에서 성장하지는 못하더라도, 모두가 영양가 있는 세 끼 식사를 해결하고 모두가 따스한 손길 아래 편안히 잠자리에 들어 공룡 꿈을 꾸게 해주셔야 합니다.

모두가 사랑받고, 모두가 심신에 상처를 입지 않으며, 어떤 누구도 저들끼리 설익은 라면을 끓이다 목숨을 잃지 않도록, 먼저 돌아간 예쁜 동생의 영혼을 병상의 형이 위로하지 않도록, 과자를 찾는 아이의 영혼이 더는 편의점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부디 온 힘을 다해주셔야 합니다.

스스로 태양이 되어 군림하시면 안됩니다. 음지와 양지를 만들어낼 뿐입니다.

국민이 별이니 밤하늘이 되어 이들을 밝혀 주소서. 큰 별이 작은 별의 빛을 해하거든 더욱 어두워지시어 작은 별 또한 찬란히 빛나게 하소서.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글에는 그림자가 없듯 남겨지는 것 또한 없습니다. 마지막 고언을 담은 이 글이 북악산 자락으로 몸을 돌려 날아오르는 그 순간에, 이미 그 뜻을 다 했으니 저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어디에 계십니까!

인의 장막에 가려져 보이지 않습니다. 그 흔적만을 쫓아 여윈 글을 맺습니다.

확률이 아닌 확신이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며 이천이십년 가을, 塵人 조은산이 40만의 염원을 담아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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