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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유명희에 공들였는데… EU 27개국은 나이지리아 후보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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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간 90개국 정상에 전화·친서… WTO총장 지지 호소했지만 무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최종 선거에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당락(當落)의 키를 쥔 EU(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이 유 본부장의 경쟁자인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26일(현지 시각) 알려졌다. ‘한국인 첫 WTO 사무총장’ 탄생 가능성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조선일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6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제네바 주재 각국 대사들을 초청해 개최한 리셉션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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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약 90국에 정상 통화와 친서를 보내 ‘유명희 지지’를 호소하는 등 총력전을 펼쳐왔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외교채널을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선거 막판 일본이 한국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낙선 운동)에 나서면서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외교가에선 “정부가 한·일 관계를 관리만 했어도 이 지경이 되진 않았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외신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대사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지지 후보 결정을 위해 두 차례 회의를 열었다. 첫 회의에서 일부 동유럽·발트 지역 회원국들이 유 본부장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나라들은 두 번째 회의에서 대세에 따라 오콘조이웨알라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EU는 단결을 위해 WTO 사무총장을 선출할 때 지지 후보를 통일해왔다.

EU는 어떤 사안이든 양대 회원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의견이 일치하면 이를 뒤집기 어렵다. 이번 WTO 사무총장 선출과 관련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입김이 센 나라들은 일찌감치 오콘조이웨알라를 지지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현재까지 판세를 종합하면 WTO 회원 164국 가운데 절반(82국)을 넘는 96국 안팎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제2의 반기문 기적’을 만들겠다며 WTO 사무총장 선거에 외교 자원을 총동원했다. 첫 한국인 WTO 사무총장 배출을 통해 국격을 높이고 국제통상 외교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었다. 문 대통령은 27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통화를 포함해 총 14차례 정상 통화를 하고 73국에 친서를 보냈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에 동원한 외교력을 북한 비핵화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한·일 징용 문제 해결에 썼으면 상당한 성과를 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선거 초반 열세였던 유 본부장은 청와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최종 결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WTO에서 입김이 센 일본이 최근 ‘유명희 반대 운동’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지리아 후보는 친중(親中) 성향으로, 일본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일본이 유 본부장에게 등을 돌린 것은 한·일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WTO 사무총장을 맡을 경우 수출 규제 등 한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불리해질 것이란 우려가 일본 정부 내에 퍼졌다는 것이다.

일본의 이 같은 입장은 이번 EU의 지지 후보 결정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는 유럽 일부 국가와 아프리카의 특수 관계는 ‘상수’로 두고 동유럽 국가를 집중 공략해왔다”면서 “하지만 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면서 동유럽 측도 전원 합의가 어려운 후보(유명희)를 더는 고집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 본부장이 낙선할 경우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정부의 대일 강경 기조가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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