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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테마는 잡았는데, 사람은 못잡은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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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설 김택진 만났지만, 김택진 “정치 뜻 없어, 난 기업인” 김종인 “다시 만날 필요가 있겠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 2022년 대통령 선거 핵심 어젠다를 ’40대, 경제, 4차 산업혁명'으로 잡고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40~50대 기업인과 전직 경제 관료들을 중심으로 접촉면을 늘리고 있지만, 김 후보가 말한 ‘맞춤형 후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야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 구상과 들어맞는 경제통 후보는 정치에 뜻이 없어 김 위원장이 난처해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7일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와 만났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내 미래산업일자리특위 위원들과 경기 성남 엔씨소프트 본사를 찾아 “엔씨소프트에서 게임만 만드는 게 아니라 AI(인공지능) 산업에 대해 상당히 집중적 연구를 하고 계신다고 들었다”며 “정부가 실질적으로 AI 산업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명확지 않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 김택진 대표의 만남은 게임산업과 AI라는 정책을 매개로 이뤄졌지만, 정치권에선 “김 대표를 영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김 대표는 모바일게임 광고에 직접 출연해 ‘택진이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등 젊은 층에게 인기가 있다. 야권에서도 “김 대표를 영입한다면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김 대표는 “나는 기업인”이라며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도 ‘김 대표와 또 만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면서 “뭐 때문에 추가로 만날 필요가 있겠어요”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김 대표와 만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차기 대선 주자에 대해 “당 밖에서도 꿈틀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고 밝힌 뒤 김 대표와 처음 만났다. 당시 김 대표는 정치와 관련해 적극적 의사를 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최근 경제 관료 출신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도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부총리 측에서 아직 화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력하게 거론됐던 김세연 전 의원은 직접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홍정욱 전 의원은 출마 여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야권에서 유력하게 거론됐던 경제 관련 인사들이 줄줄이 정치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당 경선준비위원들에게 ‘야권 단일화’도 염두에 두라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경선준비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박영선 후보의 단일화 과정을 쭉 얘기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영선 후보를 선출했지만, 시민단체 지지를 받던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박원순 후보를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도 민심을 반영한 선거를 해야 한다”며 “당시 민심을 반영해 박원순 후보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내년 서울시장 선거 때 야권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당 밖에서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등 제3 후보와 연대해 중도층을 포괄하는 ‘반문(反文) 연대’로 몸집을 키우자는 취지로 해석됐다. 정치권에선 금 전 의원이 이른바 ‘조국 흑서(黑書)’를 제작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서민 단국대 교수 등 ‘흑서파’와 연대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말하기 전에 우선 당내에서 강력한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당내에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 중 ‘미스터트롯’식 경선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들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한 경선준비위원이 안철수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하자 “출마 의사가 있으면 우리 당에 들어와서 선거를 하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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