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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본, 다른 일본] 日, K팝으로 커진 관심... "한국은 성형 왕국" 편향 시각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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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중 문화 교류로 높아진 인식, 편향된 이미지도 확산
편집자주: 우리에게는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격주 수요일 연재되는 ‘같은 일본, 다른 일본’은 현지 대학에 재직 중인 미디어 인류학자 김경화 박사가 다양한 시각으로 일본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기획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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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유서깊은 도서 거리 진보초에 있는 ‘책거리 checcori’는 한국의 책과 출판 문화를 소개하는 북카페인데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러스트 김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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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일본인에게 한국은 잘 모르는 이웃나라였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에서도 젓가락을 쓴다”, “한국 요리에서 간장과 된장이 중요한 조미료다”라는 말에 깜짝 놀라는 일본인을 적지 않게 보았다. 식민주의 역사 속에서 뿌리내린 막연한 차별 의식도 있겠지만, 1990년대 이전 한국에 대한 일본 사회의 속내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무지’였다. 패전 이후 일본 사회는 서양 세계를 따라가는 것이 재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웃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유도 의지도 없었다. 일본 사회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드라마나 대중 음악 등 상업적인 문화 컨텐츠가 첨병 역할을 했다. '"배울 건 배우자"는 옛말…日 향한 한국의 시선, 어떻게 변했나?'라는 지난번 칼럼에서 한국 사회가 일본 사회를 보는 눈이 어떻게 변했는지 썼다. 이번에는 같은 질문을 반대로 던져보고 싶다. 한국 사회를 보는 일본 사회의 시선은 어떻게 변해 왔는가?

◇이웃 나라 한국에 대한 무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관심

나라 (奈良) 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T 교수는 스무살이 되던 1983년 한국을 여행한 적이 있다고 한다. 혈기 왕성했던 대학교 초년생 시절 “한국은 주변에 가 본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미지의 나라였기 때문”에 여행지로 택했다.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이전에 순수한 문화적 호기심에서 한국을 방문한, 내가 만난 유일한 외국인이기도 하다. 그는 철도 마니아답게 추억의 비둘기호를 타고 대구에서 서울까지 한참을 덜컹거렸다는 무용담을 풀어놓았다. 그의 회상에 따르면 80년대 서울은 “밝고 선명한 색의 옷을 입은 사람이 많아 이탈리아에 온 듯 낙천적이고 발랄한 인상” 이었다고 한다. 2000년대 이후에 다시 간 서울은 “일본처럼 칙칙한 무채색 옷을 입은 사람이 많아져서 조금은 실망했다”는 이색적인 평가도 들려주었다.

1990년대까지 일본 사회가 보는 한국은 ‘가깝고도 먼 이웃 나라’ 보다 ‘멀기만 한 이웃 나라’였다. 그늘진 역사에서 비롯된 어두운 인상이 남아있을 뿐, 대부분의 일본인이 한국에 대해 잘 몰랐다. 마니아 취향이 다분한 T 교수처럼 가 본 사람이 흔치 않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이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 일본 사회에서 한국, 혹은 한국 문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은 드물었다. 양국간의 문화 교류가 얼어붙어 있었기도 했고,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한국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도 없었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는 찬반 여론 속에서도 일본 대중 문화가 쏠쏠하게 인기몰이 중이었다는 사실과는 대조적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 이후 양국의 신문사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인의 53%가 “월드컵으로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느낀다”, 79%가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 라고 답했다. 동일한 조사에 대해 한국인은 54%가 “월드컵으로 일본에 대해 친근감을 느낀다”, 79%가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수치만 보면 한일간에 비슷한 결과인 듯하지만, 속사정은 꽤 달랐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대중 음악 등이 암암리에 수입되어 이전에 이미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였지만, 일본에서는 비로소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는 일본 사회가 한국이라는 이웃 나라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였다. 다만 대회를 공동 개최한 한국은 4강 진출, 일본은 16강에서 패퇴하면서, 두 나라의 자존심을 미묘하게 자극하는 모양새로 첫 단추가 끼워졌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21세기 이후, 대중 문화를 거울 삼아 변화한 한국관

21세기 들어 한국의 드라마가 일본에서 방영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2003년 NHK 에서 방영된 드라마 <겨울 연가>가 일본의 여성들 사이에 대인기를 끌면서 '한류(韓流)' 붐이 일어났다. 어떻게 보자면 뻔하디 뻔한 이 러브스토리가 일본의 여성들 사이에 엄청난 팬덤을 불러 일으킨 이유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 배우의 용모가 호감을 준다, 드라마의 미학적 완성도가 높다는 등 여러가지 분석이 있지만,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남자 주인공의 사랑꾼 면모가 일본에서는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춘 순애보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이 대체로 공감을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의견에 반박할 만한 소지가 많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국의 대중 문화가 일본 사회의 레트로 감성을 세련되게 재현한다”는 평가가 무난하게 받아들여졌다. 초기 한류의 두터운 팬층이었던 일본의 중년 여성들의 문화적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경향도 이런 평가의 배경이었다. 이들이 새로운 문화 취향을 적극적으로 개척했다고 보지 않고, 한국 드라마 속에서 연출된 일본 사회의 ‘구시대적 감성’을 저항없이 받아들였다고 해석한 것이다.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무지가 관심으로 바뀌고, ‘한류’를 계기로 관심이 적극적인 호기심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일본 사회의 한국 담론은 ‘부지런히 일본의 뒤를 따라오는 나라’라는 점을 줄곧 부각시켰다.

2010년을 전후해서 한국의 대중 음악이 ‘케이팝(K-pop)’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이런 해석이 무색해졌다. 상업성과 대중성으로 무장한 한국의 대중 음악에 반응하는 젊은 층이 많아지면서 일본 사회의 잊혀진 향수를 자극한다는 평가가 영 어울리지 않게 된 것이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케이팝을 들으면서 한국식 패션과 화장법을 탐색하고 한국 아이돌의 군무를 연습하며 한국 음식점에서 치즈 닭갈비를 즐긴다. 소셜 미디어의 주역이기도 한 10대들이 한국 대중 문화에 적극적 호감을 보이면서 한국 대중 문화의 상업성과 대중적 인기를 인정하는 쪽으로 논조가 옮겨가고 있다. 젊은 층과 인터넷 문화에서 특히 강점을 보이는 한국 문화에 최첨단, 새로움, 세련됨이라는 이미지가 얹혀졌다. 이렇게 되니 이제는 문화 상품의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앞선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왜 일본은 한국처럼 못 하냐는 꾸짖음도 튀어나온다. 분명한 것은 이제는 더이상 한국이 일본의 뒤를 따라오는 존재라고 단언할 수는 없게 되었다.

◇대중 문화 교류로 높아진 인식, 편향된 이미지도 확산

일본 사회가 한국을 보는 눈은 변해 왔다. 한국 대중 문화가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한국 기업의 국제적 경쟁력도, 한국 정부의 외교적 영향력도 차근차근 커졌다. 여러 분야에 걸친 한국 사회의 성장이 일본 사회의 한국관을 변화시키는 동력의 한 축이겠지만, 한일 관계에 대한 일본 사회의 상대적 자의식이 뚜렷하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불과 30년 전에만 해도 무지했고 무관심했던 이웃 나라가 지금은 적지 않은 존재감과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당황스러움과 위기 의식 속에서 한국 사회와의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케이팝을 좋아하는 일본의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한국은 성형 왕국이다”, “미의 기준이 획일적이다” 라는 비판이 어김없이 제기되어 쓴 웃음을 지었다. 대중 문화 비평으로서는 중요한 주제이지만, 모처럼 마련된 한일 문화 교류의 장에서 이런 이슈가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듯 거론되는 것은 아쉬움이 크다. 한국 대중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이미지가 지나치게 이에 의존하는 경향은 우려스럽다. 대중 문화가 한국 사회의 중요한 축이라는 점은 틀림없지만, 한국 사회 전체를 균형있게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라는 점 역시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경화 칸다외국어대 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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