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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韓 '살인말벌'이 건너왔다···공포빠진 美 007 뺨치는 소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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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띵] 미국에서 벌어진 장수말벌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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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주 농업부 직원들이 방호복을 입고 장수말벌을 퇴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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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복 같은 옷을 입고 나무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

초록색 비닐로 나무를 둘둘 감고, 빨간색 불로 그 안을 비추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SF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 같은데요. 외계인이라도 나타난 걸까요? 알고보니 나무 안에 있는 벌집의 장수말벌들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벌집에 이산화탄소 주입…장수말벌 질식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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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 주에서 곤충학자가 말벌집에서 잡은 장수말벌들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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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 블레인 숲속에서 장수말벌집이 발견된 건 현지시각으로 지난 22일.

이틀 뒤 퇴치 작업에 나선 곤충학자들은 나무 안에 이산화탄소를 넣어 장수말벌들을 죽이고,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벌들을 빨아들입니다. 순식간에 원통 안에는 장수말벌 사체들이 가득 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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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말벌. 왕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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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잡는데 데 왜 저렇게 난리인 거나고요? 사실 이 말벌은 아시아에서 넘어온 외래종입니다.

미국 현지에서 아시안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 또는 ‘살인 말벌’로도 불립니다. 한국에선 장수말벌로 불리는 토종 말벌 중 하나죠. 몸길이가 4㎝나 되는 장수말벌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입니다.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에 주로 사는데, 지난해 말 태평양 건너 북미 대륙에서 처음 발견됐죠. 말벌집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위치추적기 부착해 장수말벌집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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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추적기를 부착한 장수말벌.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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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말벌집을 찾은 걸까요? 비밀은 저 장수말벌에 달린 작은 장치입니다.

워싱턴주 농업부는 살아있는 장수말벌 3마리를 포획한 뒤 이들의 몸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했습니다. 그리곤 장수말벌의 위치 신호를 추적하다 블레인 숲속의 한 나무에 달려 있던 장수말벌 집을 찾은 거죠. 보통 장수말벌은 땅속에 집을 짓는데 드물게 죽은 나무 속에 집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미정부가 이렇게 007 작전까지 펼쳐가며 말벌집을 찾아서 제거하려 한 건 장수말벌의 강력한 공격성 때문인데요. 독침을 여러 번 쏠 수 있는 장수말벌은 꿀벌들을 잡아먹어 양봉업계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수말벌 10마리 정도면 꿀벌 2만, 3만 마리를 30분 만에 몰살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대형 말벌종이 많은 아시아와 달리 북미엔 장수말벌을 견제할 만한 다른 말벌종이 거의 없습니다. 미국이 장수말벌의 습격을 두려워하는 이유죠.

실제로 지난해 말 미국 워싱턴 주의 한 양봉 농가에서는 6만 마리의 꿀벌이 머리가 잘린 채로 죽어 있었는데, 장수말벌의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곤충학자인 스벤-에릭 스피치거는 “비록 우리가 지금 여기 워싱턴주에서 이 싸움을 하고 있지만, 미국의 나머지 지역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장수말벌의 서식지 모델은 이곳 태평양 북서부의 해안가뿐만 아니라 미시시피 강 동쪽 어디에서도 살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수말벌집 수백 개 더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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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추적기를 부착한 장수말벌.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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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말벌집을 하나 제거하긴 했지만, 현지에선 또 다른 장수말벌집이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장수말벌과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유입니다.

장수말벌이 북미 지역에 유입된 지 일 년이 됐기 때문에 습격을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말벌 전문가인 최문보 경북대 교수는 “처음 장수말벌이 발견됐을 때 그 일대를 초토화할 정도로 강력하게 초기 방제를 해야 했다”며 “장수말벌이 발견된 지역을 중심으로 적어도 수백 개의 장수말벌집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생태계 교란 등 심각한 환경·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영상=왕준열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했습니다. 인간이 그렇듯, 지구상 모든 생물도 그들의 스토리가 있죠. 동물을 사랑하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만든 ‘애니띵’은 동물과 자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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