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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고인 있어 우리도"…'이건희 키즈' 김범수·이해진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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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삼성SDS거친 네이버, 카카오 등 1세대 IT 창업자들도 조문하며 고인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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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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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혁신 DNA'가 국내 인터넷 업계로 이어졌다."

"고인이 있었기에 지금의 저희도 있었다."

국내 IT 벤처 1세대 인터넷기업 창업자들이 28일 오전 발인을 앞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빈소를 찾아 이처럼 애도를 나타냈다. 이들은 고인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국내 IT 업계의 기틀을 마련한 데에 혁신을 강조한 고인의 역할이 컸다며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장례식 3일 째인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각각 찾았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 26일 의전 없이 조용히 조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오후 9시쯤 빈소에 온 김범수 의장은 약 45분간 조문한 후 기자들에게 "삼성에서의 근무 경험(1992~1998년)이 오늘날 카카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삼성SDS 출신 '삼성 키즈'로 유명하다. 김 의장은 "제 직장은 삼성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며 "삼성에서 배운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한게임이나 네이버, 카카오로 이어져 왔다"고 고인을 기렸다.

김 의장은 국내 인터넷 업계로 이어진 삼성의 '혁신 DNA'가 후대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에서 인터넷 게임 시장의 기회를 본 자신처럼 삼성이나 카카오 DNA를 이어받은 후배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의장은 "(네이버의) 이 GIO도 삼성 입사 동기였고 이후 '삼성 키즈'들이 한국의 새로운 사업을 이뤄내고 그 뒤로 또 네이버·카카오 출신들이 사업을 일궈내는 것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과 이 GIO는 삼성 그룹의 IT 서비스 기업인 삼성SDS의 1992년 공채 동기다. 국내에 인터넷이 태동하던 시절 삼성SDS는 국내 인터넷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서비스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IT 벤처기업 창업자들 상당수가 삼성SDS 출신이어서 '벤처 사관학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당시 김 의장은 삼성SDS에서 PC통신 '유니텔'을 기획·개발했다. 당시 인터넷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회사를 나와 PC방 사업과 온라인 게임 포털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이 GIO는 삼성SDS 내 검색엔진팀에서 유니텔 신문기사 통합 검색엔진 개발자였다. 이후 이 GIO는 1997년 삼성그룹 최초의 사내벤처 '네이버'를 만들었다.

김 의장은 삼성SDS 출신으로서 기억에 길이 남아 있다는 이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도 떠올리며 고인의 '혁신 DNA를 기렸다. 김 의장은 "삼성에서 (고인이) '프랑크푸르트 선언' 할 때 있던 사람으로서 고인의 경영(방식)이 (제게도) 배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이 회장이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문 당시 있었던 일이다. 당시 현지 세탁기 조립 라인에서 세탁기 덮개 여닫이 부분 규격이 맞지 않아 닫히지 않자 직원들이 즉석에서 덮개를 칼로 깎아 조립하는 모습이 담긴 사내 방송을 보고 이 회장이 임원과 해외 주재원 200여명이 모아 과거와의 단절을 역설했던 회의다.

당시 이 회장은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며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고 말하며 '삼성 신경영'을 선언했다. 이 회장이 당시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라, 극단적으로 농담이 아니라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고 말했던 일화가 유명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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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운데)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로 조문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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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장에 앞서 같은 날 오후 3시쯤 빈소를 찾은 김택진 대표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날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삼성의 역할을 다들 알 것"이라며 "고인이 있었기에 지금의 저희도 있었다는 얘기를 지금은 들으실 수 없지만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고인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다. 다만 상주인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서울대 동문으로서 평소 교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고인과) 직접적 인연은 없지만 자제분들과 굉장히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서 (이 부회장이) 부모님 느낌으로 맞이했다"며 "(유족에게) 간단히 인사와 위로를 전해드렸다"고 말했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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