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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2020 미국 대선

美대선, 선거불복·법정분쟁 ‘악몽의 시나리오’ 현실화되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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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우편 투표자가 선거 당일 투표자보다 훨씬 많을 것"

개표 장기화 우려… 트럼프·바이든 대규모 법률팀 대기

세계일보

2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우편투표 분류 ·개표 센터에 우편투표 용지 더미가 쌓여 있다. 필라델피아=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기 투표 열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일인 11월 3일을 일주일 남겨 놓은 시점에 이미 예상 투표자의 절반 이상이 조기 투표 또는 우편 투표로 한 표를 행사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이번 선거에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조기 또는 우편 투표자가 선거 당일 투표자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우표 투표가 전체 투표의 23%를 차지했으나 이번에는 그 비율이 50∼70%에 이를 것이라고 WP가 전했다.

문제는 우표 투표 비율이 급증하면 개표에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이다. 우편으로 도착한 투표용지는 투표 사기 방지를 위해 등록 유권자의 서명 대조작업 등 부가적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올해에는 투표보다 개표가 더 길어질 것이라고 WP가 지적했다. 주별로 우편 투표 개표 작업을 시작하는 시점과 종료하는 시점이 모두 달라 선거 결과를 집계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일부 주는 우편 투표를 선거일 전에 개표하지만, 일부 다른 주는 선거 당일까지 우편 투표를 개표하지 않고 기다리거나 직접 투표용지를 먼저 개표한 뒤에 우편 투표를 개표한다.

현재 여론 조사를 보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우편 투표와 조기 투표에서 절대적인 우세를 보이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고 WP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는 압도적으로 선거 당일의 직접 투표를 선호한다. 이로 인해 주별로 어떤 투표함을 먼저 개함하느냐에 따라 초반 판세가 달라진다. 이는 곧 초반 개표만으로 승자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 전문가들은 올해 대선에서 선거 당일이나 그다음 날 새벽에 승자를 발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지만,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사가 선거 당일 경합 주에서 광범위한 출구 조사를 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에 우표 투표와 조기 투표 비율이 급증함에 따라 이미 투표를 마친 유권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투표 결과를 확인하는 조사를 하고 있다. CNN 등은 선거 당일 출구 조사와 조기 투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합산해 경합 주에서의 예상 개표 결과를 보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선거 당일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바이든 압승, 트럼프 압승, 승자 예측 불가의 경합 등 3가지이다. 다만 바이든이나 트럼프가 압승하기보다 치열한 시소게임을 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그렇지만, 선거일이나 그다음 날에 누가 승기를 잡았는지 판세가 드러날 수도 있다.

세계일보

미국의 대선 사상 처음으로 사전투표를 도입한 뉴욕의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지난 24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이 투표 차례를 기다리며 몇 블록에 걸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뉴욕=AP연합뉴스


플로리다주 (선거인단 29명) 선거 결과는 첫 시금석이다. 최근 대선 결과 플로리다주에서 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전례가 없다. 만약 바이든이 플로리다에서 승리하면 백악관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플로리다는 사전 투표와 우편 우표를 선거일 이전에 개표한다. 플로리다의 선거일 투표 마감 시간은 저녁 8시이다. 미국 언론사가 저녁 8시에 플로리다 출구 조사와 사전 투표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때 두 후보 간 표 차이가 크지 않아 방송사가 예상 승자 발표를 미룰 가능성이 있다.

만약 바이든이 플로리다에서 승리하고, 노스캐롤라이나 (선거인단 15명)와 애리조나 (선거인단 11명)에서도 이기면 게임 오버라고 시사 주간지 타임이 지적했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이 3개 주에서 승리하면 2016년에 이어 또 한 번 역전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다.

플로리다 등 3개 주에서 확실한 승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소위 ‘블루 장벽’으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20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주가 열쇠를 쥐게 된다. 문제는 블루 장벽 주가 모두 투표 당일까지 조기 투표와 우편 투표를 개표할 수 없게 돼 있다는 점이다.

이곳의 투표 결과는 며칠 또는 몇주가 지나야 나올 가능성이 있다. 개표가 장기화하고,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으면 선거 불복 사태와 법정 분쟁이 발생하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양측은 현재 소송전에 대비해 대규모 법률팀을 대기시켜 놓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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