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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임신중단’ 전면 금지한 폴란드, 여성들은 ‘옷걸이’를 들었다[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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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폴란드에서 임신중단(낙태)을 전면금지한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한 반발 시위가 날로 격화하고 있다. 보수화한 정권과 사회에 대한 분노가 함께 터져나오고 있는 데다, 극우 단체들이 맞불집회를 벌이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수도 바르샤바 등 전국 150여개 도시에서 수만명의 여성들이 나와 닷새째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지난 22일 헌재가 “건강을 기준으로 낙태를 결정하는 것은 생명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기형아 낙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사실상 낙태를 전면금지한 조치다.

이날 바르샤바 도심 도로에는 빨간색 페인트가 뿌려졌고, 드럼이나 나팔, 폭죽을 동원한 수천명의 여성들이 출퇴근 시간 도로를 점거하고 인간 장벽을 쳤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줄리타(33)는 영국 가디언에 “여성의 자유와 존엄성에 대한 공격을 용서할 수 없다”며 “폴란드를 중세로 되돌리려는 야만적인 행위다. 정부가 선을 넘었고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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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임신중단 위헌 판결에 반대하는 시위자가 항의의 상징인 옷걸이를 들고 있다. 바르샤바|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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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현지시간) 폴란드 브로츠와프 에서 임신중단을 전면금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브로츠와프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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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일부는 ‘옷걸이’를 들고 나왔다. 철제 옷걸이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낙태의 상징으로 통한다. 낙태를 금지한 국가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 철제 옷걸이로 자가낙태를 시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AFP는 전했다. 소셜미디어에선 ‘옷걸이반란(#CoatHangerRebellion)’이라는 해시태그가 줄을 잇고 있다.

전날에는 서부 포즈난에서 시위대 수십명이 성당 안으로 진입해 “가톨릭 여성도 낙태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연좌 시위를 벌여 미사가 중단됐다.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에서 시위대가 성당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사회주의 시대에 체제에 맞서던 가톨릭 교회가 우익 정권을 지지하는 모습으로 돌아서면서 권위가 추락했기 때문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바르샤바의 시위 현장에서는 헌재 결정에 찬성하는 극우 민족주의 단체가 맞불시위를 벌이다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폴란드 우익 포퓰리즘을 연구하는 영국 UCL 슬라브·동유럽연구학교의 연구자인 마르타 코트와스는 가디언에 “낙태 문제가 어떻게 정치적 이슈로 활용되고 있는지, 정치 행위자들에 의해 여성이 어떻게 협상 카드로 이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분노가 더 큰 것”이라며 “정치권과 교회, 극우단체의 연결을 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7월 재선에 성공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무소속이지만 우파 민족주의 성향이 강해 반이민 정책 등 보수 정책을 펴온 집권당 법과정의당(PiS)의 지원을 받아왔다. 그는 선거 기간 가톨릭 교회와 연대해 전통적 가족 가치를 복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시위대는 오는 28일에는 전국 단위 집회를, 30일에는 가두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혀 시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향미 기자 sokhm@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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