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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실망이야”… 트럼프, ‘우군’ 폭스뉴스와 잇단 마찰음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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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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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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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군’ 폭스뉴스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원에 나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을 생중계했다는 이유에서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시간주로 유세를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에 대해 할 말이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폭스뉴스가 생중계하는 것만 봤다. 폭스뉴스는 항상 그(오바마)와 졸린 조(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중계해 준다”고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경합주인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드라이브 인’ 방식으로 선거 유세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폭스는 그(바이든)가 펜실베이니아로 달려왔을 때 내가 2만5000명을 불러모은 걸 보여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 폭스는 매우 실망스럽다. 로저 에일스가 있었다면 폭스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정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에일스 폭스뉴스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성추문 의혹으로 사임한 뒤 이듬해 숨졌다.

그는 이어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금과 2016년의 가장 큰 차이는 폭스뉴스”라며 “완전히 다르게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재선 캠페인은 잘 나가고 있으며, 훨씬 많은 군중이 열정적으로 모이고 있다. 진짜 여론조사에서는 우리가 미 전역에서 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는 군중도 없는 상황에서 바이든을 위해 가짜 연설을 하고 있는 오바마를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오바마 자신도 바이든이 승리할 것이라고 믿지 않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최측근인 루디 줄리아니도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했다 인터뷰 도중 사회자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회자가 영국 정보기관 MI6 요원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크리스토퍼 스틸에 자신을 비유하자 발끈한 것이다.

줄리아니는 최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보도한 뉴욕포스트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 당사자로 알려졌다. 사회자는 ‘세간에 당신이 크리스토퍼 스틸처럼 행동한다는 소리가 있다’고 했고, 줄리아니는 “지금 농담 하시오? 크리스토퍼 스틸처럼 행동한다고?”라며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는 미국의 변호사로서 50년을 보내는 동안 법무차관을 지냈고, 뉴욕시장도 역임했다”며 “그런 사람을 범죄자와 비교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사무실에 와서 바이든의 아들 자료를 확인한 후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사회자는 “당신이 우크라이나도 왔다 갔다 하는 등 비슷하게 행동했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줄리아니는 인터뷰를 마치려 하며 “이번이 우리가 카메라 앞에 같이 서는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아무런 증거도 없이 범죄자와 비교하다니 매우 모욕적이고 불쾌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와는 ‘공생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방송에 빈번하게 출연했고, 트위터에 폭스뉴스 기사를 자주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패널이었던 스콧 아틀라스 박사를 지난 8월 백악관 의료 고문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때때로 파열음도 났다. 특히 크리스 월리스 앵커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거친 논쟁을 벌였다.

앞서 지난 8월 CNN 방송 소속 미디어 담당 기자인 브라이언 스텔터는 책 <거짓말: 트럼프, 폭스뉴스, 그리고 위험한 진실 왜곡>에서 폭스뉴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만들고 있으나,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폭스뉴스의 한 유명 진행자가 “트럼프는 폭스뉴스의 프랑켄슈타인과 같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이제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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