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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난 곁가지다" 김봉현, 진짜 '라임 몸통' 실명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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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남부지방경찰청에 조사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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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임(사태)의 곁가지인데, 언론에서 몸통으로 만들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21일 공개한 서한에 쓴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라임 펀드 운영 주체로 관여한 사실이 없다. (내가) 라임 전주(錢主)라는 의혹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김 전 회장은 라임 사태의 ‘몸통’이 따로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그렇다면 몸통은 누구일까. 중앙일보는 김봉현 회장에게 이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 28일 그가 생각하는 ‘몸통’의 실명을 전달받았다.

물론 김 전 회장의 주장은 검증이 필요하다. 그는 수원여객 돈(241억원)과 재향군인회상조회(향군상조회) 자산(378억원)·매각대금(25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다. 정·관계 로비 의혹도 있다. 그가 진술을 여러 번 번복했고, 다른 사람을 ‘몸통’으로 지목해야 형량이 줄 수 있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횡령·로비 의혹과 별개로, 그가 라임 사태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점에서 그가 지목한 인물은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①2016년 라임 펀드 '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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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 회장이 본 라임 사태 핵심 관계자. 그래픽 신재민 기자


알려진 대로 라임 사태의 중심에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있다.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설립자가 2015년 그를 스카우트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의 대체투자운용부문을 총괄하던 이 전 부사장이 사세를 키우기 위해 도움을 받았던 핵심 관계자 2명을 지목했다. 첫째,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업본부 팀장이다. 라임 펀드가 초기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과 라임 펀드 설계 과정에서 심 팀장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심 팀장의 상사인 임모 전 PBS 사업본부장은 라임자산운용의 해외무역펀드 등을 설계했다는 증언이 재판에서 나왔다.

둘째, 김정수 전 리드 회장이다. 그는 라임의 돈으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이 전 부사장에게 기업사냥꾼을 소개한 “브로커(broker)”라는 게 김봉현 전 회장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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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21일 공개한 입장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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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2017~2018년 '기업사냥꾼'



라임 투자자들의 돈은 인수합병(M&A)이나 채권투자 등의 형태로 수많은 기업에 흘러 들어갔다. 이때 관여한 인물로 김 전 회장은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도주)과 이모 M사 회장(도주), 그리고 박모 전 리드 부회장 등을 꼽았다. 모두 김정수 전 회장이 다리를 놔줬다고 한다.

이들 3인은 라임 돈으로 이종필 전 부사장과 함께 상장기업의 메자닌 자산인 전환사채(CB)·환매조건부사채(BW)) 등에 투자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은 전방위 기업사냥에 나섰다. 이들이 라임 돈으로 인수했거나 투자한 상장 기업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십여개가 넘는다. 스타모빌리티도 이들이 400억원 규모의 CB를 사들인 기업 중 하나다.

동시에 이들은 다른 라임 돈으로 페이퍼컴퍼니에 투자해 라임의 투자 부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라임의 모펀드(테티스2호)가 투자한 상장사 채권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라임의 또 다른 모펀드(플루토FI-D1호)에서 투자받은 페이퍼컴퍼니가 이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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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금 흐름도. 그래픽 김현서 기자





③2019년 '설거지' 나서다



라임 펀드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이종필 전 부사장 등은 손실을 돌려막을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향군상조회 인수를 추진했다는 것이 김봉현 전 회장의 주장이다. 김 전 회장은 중앙일보에 “김영홍·이종필은 향군상조회 유동자금(2500억원)을 라임 펀드에 유입시켜 환매를 재개해 라임 펀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 향군상조회 인수를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영홍 회장이 소유한 메트로폴리탄은 지난해 11월 15일 향군상조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국가보훈처 복지사업심의위원회가 라임 펀드 상환 중단 등을 이유로 매각을 반대했다.

인수가 무산되자 이종필 전 부사장은 라임이 400억원을 투자한 김 전 회장에게 향군상조회 인수를 제안했다. 김 전 회장은 실제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향군상조회를 인수한 뒤 재매각했다. 하지만 검찰이 매각 과정에서 비리 수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라임 펀드 부실을 ‘설거지’하려던 이들의 행각은 오히려 더 낱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설거지 과정에서 김 전 회장과 함께 움직였던 인물이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와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다. 이강세 대표는 김 전 회장에게 정·관계 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전 회장에게 금융감독원의 라임 관련 문건을 전달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지난달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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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나다 검거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그래픽 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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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과 라임, 대체 무슨 관계



라임이 펀드 사기 형태의 구조를 설계하던 2016년만 해도 김봉현 회장이 등장하지 않았다. 또 라임 돈으로 대규모 기업사냥을 하던 시점에 김 회장은 피인수 기업 관계자였다. 수원여객·향군상조회는 라임 돈을 움직인 주체라기보다 라임 돈이 들어간 수많은 기업 중 하나였다. 금융계에서 김 전 회장을 두고 “설거지하던 인물”이란 평가가 나온 이유다. 라임 사태의 주범은 복잡한 금융공학·M&A 기법을 동원해 자금을 돌려막았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의 과거 행적은 이런 지능범죄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라임 사태의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라임의 펀드 사기에 가담한 모든 인물이 공범인데, 이들은 각자 주범으로 몰려 중형을 선고받는 상황을 두려워한다”며 “정·관계나 검사에 로비했다고 주장하며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도 이런 관점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이가람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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