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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누가 이겨도 큰일, 美 유권자 20% “선거 지면 불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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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美 대선 D-5] “거리시위 나서거나 폭력도 불사” 벌써 양측 지지자들끼리 난투극

조선일보

지난 25일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앞 광장에서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트럼프 시위대가 충돌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충돌은 11월 3일 대선일과 그 이후에 벌어질 혼란과 폭력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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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미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선거 결과를 부정하며 시위에 나서 대규모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3~20일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지지자의 43%, 트럼프 지지자의 41%가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면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성인 2649명을 조사한 결과다. 또 바이든 지지자의 22%와 트럼프 지지자의 16%는 각각 “우리 편이 지면 시위에 나서거나 폭력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전체 응답자의 5명 중 1명꼴이다.

둘 중 누가 되든 폭력 사태는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역대 미 대선은 결과 확정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결과가 한쪽으로 기울 경우 대체로 패자가 먼저 패배를 인정하고 승복하는 ‘신사의 게임’이었다. 그러나 올해 대선에선 이런 승복의 전통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트럼프는 지난달 우편투표를 문제 삼아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앞서 25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난투극이 벌어졌다. 트럼프 지지자 100여 명이 집회를 하는데, 때마침 트럼프를 규탄하며 강 너머 브루클린에서 행진해오던 무리가 이를 목격하곤 “인종주의자들 때려잡자”며 공격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반(反)트럼프 시위대가 발길질을 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현수막을 찢자, 트럼프 지지자들도 반격했다. 이날 5명이 다쳤고 10여 명이 체포됐다. 선거 후 미 전역에서 벌어질 혼란상의 서막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이 보는 대선 폭력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우선 트럼프 지지층이 대선일 현장 투표에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과 다른 시민들의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극우 무장 단체들이 투표소 주변 세 과시를 통해 소수 인종 등 다른 유권자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트럼프는 “우편투표는 사기” “선거가 조작될 수 있다”면서, 지지층에게 “투표소에 가서 감시하라”고 해 왔다. 이 때문에 미시간주 등은 선거 당일 투표소 주변에서 총기를 소지하고 다니는 행위를 금지키로 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초반 개표 결과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거나, 향후 우편투표 공정성 시비나 개표를 둘러싼 논란이 소송전으로 번질 경우다. 27일 현재 7000만여 명이 사전 투표를 마쳤는데, 이 중 5000만명이 우편으로 투표했다. 코로나로 폭증한 올해 우편투표엔 민주당 지지층이 많이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 우편투표 개표 절차가 현장 투표보다 복잡한 데다, 어떤 주(州)는 대선 일주일 뒤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도 받아주기 때문에 우편투표 개표에 몇 주일이 걸린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는 이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현장 투표 결과만 갖고 ‘승리’를 먼저 선언할 수도 있다. 바이든 지지자들은 그러면 즉각 물리력 행사에 나서겠다고 벼른다.

선거 결과가 접전일 경우 데프콘(전투 준비 태세) 상위 단계가 발령될 수 있다는 컨설팅사의 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USA투데이는 26일 “미 국민이 대선 이후 준전시 사태에 대비해 휴지 등 필수품과 총기를 비축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 1~9월 미국 시중엔 최소 3000만정 이상의 총기가 새로 시중에 풀렸다고 연방수사국(FBI)은 보고했다. 예년보다 90% 이상 폭증한 것이다. 통상 미 대선 전엔 총기 규제 정책 변화를 예상한 시민들의 총기 구입이 늘곤 하지만, 올해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따른 치안 불안에다 대선 소요까지 전망되면서 총기 매매가 늘었다는 것이다.

각 주와 대도시 당국은 초긴장 상태다. 미 최대 경찰 조직 뉴욕 경찰은 지난달부터 소속 경찰 3만5000명을 대상으로 대선 관련 시위 대응 특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뉴욕 경찰은 최근 시내에 소재한 대기업들과 소상공인들에게 서한을 보내 “대선 관련 시위와 폭동에 대비해 주요 자산을 보호하라”고 권고했다. 또 대선일 뉴욕시 1200여 투표소와 주요 거점에 경찰 병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로 했다.

수도 워싱턴 DC와 LA, 포틀랜드, 시카고 등 대도시의 경찰과 FBI 지부도 대선 상황실을 마련해놓고 정보요원과 병력을 대기시키고 있다. 텍사스와 워싱턴주는 대규모 충돌에 대비해 언제든 주방위군 투입이 가능하도록 준비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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