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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조급해 하는 모습에 더는 안되겠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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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전북 이동국 은퇴 회견

중앙일보

이동국은 은퇴 기자회견 도중 아버지 관련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흘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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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픈 건 참아도, 정신이 나약해지는 건 참을 수 없었습니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 이동국(41·)이 28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밝힌 은퇴 이유다. 그는 “몸 상태는 아주 좋다. 부상 때문에 그만두는 게 아니다.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고 생각해왔다. 부상으로 조급해하고 불안해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더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K리그 개인 통산최다골(228골) 주인공인 그는 7월 무릎을 다쳐 두 달간 결장했다. 26일 은퇴 의사를 밝혔다.

프로생활 23년. 이동국은 최고 순간으로 “(1998년) 프로 유니폼을 처음 받은 뒤 며칠간 입고 잤을 때다. 가장 화려한 시간은 2009년 전북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라고 털어놨다. 힘들었던 순간으로 “2002년 월드컵 (대표팀)에서 탈락했을 때”라고 대답했다. 그는 “그 기억이 오래 뛸 수 있는 보약이 됐다. 2006년 월드컵을 앞두고 다쳤을 때도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발리슛 장인’답게 “2004년 독일 평가전의 발리슛”을 인생골로 꼽은 뒤 “발이 공에 임팩트 되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어젯밤, 30년 넘게 뒷바라지해준 아버지가 ‘아들이 은퇴하니 나도 은퇴하겠다’고 해서 가슴이 찡했다. 안 울려고 했는데 망했다”며 울다가 웃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다음 달 A급 지도자 코스를 밟아야 한다. 쉬면서 축구 외에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찾겠다”고 대답했다.

이동국의 부인 이수진 씨는 남편이 시련에 부딪히면 “우리 영화 찍고 있다고 생각하자. 엔딩이 중요한데 마지막에 꼭 웃자”고 위로했다고 한다. 이동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선수가 몇 명이나 있을까. 그 순간 내가 있다면 해피엔딩이 아닐까” 반문했다. 전북은 이동국의 은퇴경기인 다음 달 1일 대구FC와 홈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다. 그는 회견 직후 “훈련하러 가야죠”라며 나갔다.

전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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