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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산업부 "WTO 총장선거 결선, 나이지리아 표 더 많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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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100표 이상 받은 듯…역전 어려운 표 차

정부, 유명희 지원 美 등과 협의…향후 대응 고심

文대통령·丁총리 등 총력 지원…역전 눈앞서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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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결선에서 경쟁 중인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전 재무·외무장관.(이미지 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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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한국인이자 여성 최초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선거 결선에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보다 더 적은 표를 얻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29일 밝혔다.


163개국 중 100개국 이상 나이지리아 지지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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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이 WTO 가입국이다.(사진=세계무역기구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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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에 따르면 WTO는 본사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간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7시)에 제네바 주재 한국, 나이지리아 대사를 불러 두 후보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WTO는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뽑아 WTO를 이끌 것을 제안했다.


산업부는 이날 오전 0시5분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WT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간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11시)에 제네바에서 소집된 WTO 회원국 대사급 회의에서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결선 라운드에서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규정상 바로 사퇴 않아도 되지만…WTO, 나이지리아 추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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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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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아직 전체 회원국의 합의를 도출하는 절차가 남은 만큼 미국 등 한국 지지국들과 협의한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WTO는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11시) 전체 회원국을 소집한 자리에서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선출할 것을 제안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WTO의 제안에 모든 회원국이 동의한 뒤 해당 후보자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최종 선출을 위해 향후 전체 회원국의 의견 일치(컨센서스) 도출 과정을 거쳐 합의한 후보를 다음달 9일 열리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추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 본부장으로서는 WTO의 제안대로 후보직을 사퇴하거나 마지막 회원국 협의에서 역전을 노리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WTO 규정상 선호도 조사에서 더 낮은 지지를 받았다고 해서 바로 레이스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유명희, 후보 사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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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미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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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163개국 중 104개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예상보다 큰 표차 때문에 유 본부장 후보 사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과의 협의 등 때문에 정부는 유 본부장 후보 사퇴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 25일 자국 재외공관 일부에 주재국 정부가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하는 전문을 보냈다. 외교가에선 이를 미국의 유 본부장 지지 신호로 풀이했다.


하지만 유 본부장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로부터 유럽 40개국, 아프리카 44개국의 표를 거의 빼앗지 못했기 때문에 최후까지 투표에 임한다고 해도 과반의 표를 확보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EU 표심 놓친 게 결정타…역전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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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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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본부장이 출마 선언을 했던 6월부터 '쉽지 않은 선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8명에서 5명으로 추리는 1라운드 통과조차 장담하기 어려웠고, 5명에서 2명으로 거르는 2라운드 통과는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다.


선거 초반부터 일본이 유 본부장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고, 중국은 아프리카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유 본부장으로서는 '텃밭'인 동아시아 7개국 표조차 제대로 얻지 못한 채 선거를 시작하게 됐다.


일본과 우호적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의 표를 가져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의 아프리카 표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춘 뒤 유럽에서 최대한 선전하고, 카리브해와 동유럽의 개발도상국 및 남미, 오세아니아 표를 끌어왔어야 했는데 시작부터 꼬인 것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이 선호도 조사에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한 것이 결정타였다.


유 본부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도 제네바에 네 차례나 방문하고 마지막까지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에서 지지교섭 활동을 벌인 것도 EU가 승부처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文대통령·丁총리 등 총력 지원…"정부, 할만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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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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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외교부 등 관계 부처는 유 본부장 선거 과정에서 총력 지원을 했다. 최소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평가가 많다.


문 대통령은 뉴질랜드, 호주, 러시아, 독일, 브라질, 말레이시아, 이탈리아, 덴마크, 인도, 카자흐스탄, 칠레 등 13개국에 유 본부장 지지를 요청했다. 정 총리도 콜롬비아, 스리랑카, 과테말라, 크로아티아 등 27개국 등에 지지를 호소했다.


'표밭'인 신북방·신남방 국가와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 선진국-개발도상국에 대한 '거점별 지원 사격'을 한 전략으로, 방향 자체는 옳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일각에선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후보 개인 자질보다는 각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표심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선거 관행을 근거로 유 본부장의 선호도 조사 열세가 한국 외교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불리하게 시작한 선거에서 '전 세계로부터 골고루 표를 얻는다'는 비교적 합리적인 전략을 쓰고도 당선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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