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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승어부' 孝 잇는 이재용 부회장…도전과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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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 해소, 준법경영…'새로운 삼성' 만들어야

시스템반도체·차세대디스플레이 등 미래먹거리 개발

뉴스1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발인이 진행된 28일 조기가 걸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사옥 모습. 2020.10.28/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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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구용 기자 = 재계의 거목(巨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8일 영면에 들어갔다. 고인은 1987년부터 2014년까지 27년 동안 삼성을 이끌며 '세계의 삼성'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관심은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떻게 삼성을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모인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고(故) 이건희 회장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고교 동창이자 오랜 친구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은 '승어부(勝於父)'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위로와 격려를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버지를 넘어서 '승어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않다.

우선은 사법 문제의 해소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과 삼성물산·제일모직 '경영권 불법 승계의혹' 등 두 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농단 재판은 2016년 박영수 특검에 의해 기소된 이후,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지만 2019년 8월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그해 10월 열린 파기환송심은 올해 12월 결심 재판이 예정돼 있다.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서는 2018년 하반기부터 400건 이상의 소환조사, 50여 건의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지난 6월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으나 지난 9월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했다.

'경영권 승계의혹' 재판은 지난 22일에야 첫 재판으로 공판준비기일이 열려 앞으로 최소 2~3년간은 이 부회장이 온전히 경영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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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삼성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0.10.2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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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일궈놓은 글로벌 일류기업을 사회와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소통하고 공감하며 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 또한 이재용 부회장 앞에 놓인 몫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Δ노동3권의 보장·무노조 경영 폐지 Δ시민사회와의 소통 Δ준법 등을 강조하며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이후 삼성은 25년 전 노동조합 결성을 이유로 해고된 전 직원과 피해보상 및 명예복직에 전격 합의하고, 사장단을 대상으로 건전한 노사관계에 대한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높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추도사에서 "삼성이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더 높이 비상해 나가는 것이 고인이 남긴 뜻으로 본다"며 "이를 위해선 삼성에 바람직한 준법문화 정착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고인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라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세계적인 기업 삼성이 빛을 내는데 있어서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 노동자 탄압은 짙은 그늘이며, 명백한 과오"라며 "삼성이 노동조합, 노동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 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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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를 방문,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ASML은 반도체 노광장비 전문 업체로 극자외선(EUV) 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 이 부회장은 피터 버닝크 CEO 등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제공) 2020.10.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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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경제 위축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반도체,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 불확실성 고조 등도 이 부회장 시대의 과제로 지적된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올해 삼성전자의 1분기에서 3분기까지의 실적은 항상 시장의 예상과 기대를 뛰어 넘었다. 하지만 최근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대규모 인수를 하는 등 반도체 산업에서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기존에 잘 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오는 2030년까지 세계 1등을 하겠다고 밝힌 시스템 반도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차세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에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립 등도 이 부회장에게 놓인 과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고 미래비전과 도전의지도 갖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inubic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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