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전세 찾아 수도권으로"…서울 전세대란에 '전세난민' 울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세난민, 서울 도심→외곽→경기…"탈서울화 본격"

수급불균형 심각…서울·경기 전셋값 강세 이어질 듯

뉴시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부동산 매물 정보란 곳곳이 텅 비어 있다. 2020.10.20. dahora83@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전셋값이 올라서 서울을 떠납니다."

서울 성북구에서 8년간 산 김모(47)씨 가족은 최근 수도권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최근 급등한 전셋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 가족은 한 달째 주말마다 경기 고양, 하남, 광명, 안양 등 수도권 지역을 돌며 전셋집을 찾고 있다. 김씨는 "아이들 교육과 직장 출퇴근 문제가 고민이지만, 올라도 너무 오른 전셋값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며 "대출도 더 이상 불가능하고, 전세 매물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자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전세 난민'이 늘고 있다. 전셋값 급등과 전세 매물 품귀 등 전세대란에 지친 전세난민들의 '탈(脫)서울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에서 전세를 구하는 것도 예전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 일부 지역의 전셋값은 매맷값과 맞먹을 정도로 올랐고, 전세 매물 없는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심화된 전세난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9주 연속 오르고, 전셋값 급등은 강남에서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노동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을 거쳐, 과천·하남·수원·안양 등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도미노처럼 퍼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9일 조사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21% 상승해 지난주(0.16%)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이는 2015년 4월 셋째 주(0.23%) 이후 5년6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주 연속 0.08% 상승률을 나타냈고, 수도권 전셋값은 0.21% 올라 전주(0.16%)보다 더 커졌다.

인천(0.39%)은 중구를 제외한 모든 구에서 전세수요가 늘어나며 상승폭이 확대됐다. 연수구(0.94%)는 주거환경이 양호한 송도국제도시 위주로, 7호선 연장과 GTX 등의 교통호재가 있는 부평구(0.28%) 부개·삼산동 대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경기(0.24%)는 고양 덕양구(0.47%)는 3기 신도시 청약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인근 지역인 도내동 신축 위주로 전셋값이 상승했다. 또 수원 권선구(0.39%)는 매물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호매실동의 상승폭이 확대됐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2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21% 올라 지난 주 0.16% 대비 0.05%p 커졌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0.21% 올라, 지난주(0.16%) 대비 확대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실제 수도권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상승했고, 전세 매물 찾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2000여 가구의 대단지인 광명 철산동 철산래미안자이(전용면적 84㎡)의 경우 전세 매물이 2건(28일 기준)에 불과하다.

이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광명시 전체가 전세 매물이 부족해 전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며 "전세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은 많은데 매물이 워낙 없어서 전셋값이 계속 뛰고 있다"고 전했다.

또 내달 입주를 앞둔 하남 감이동 하남포웰시티(전용면적 84㎡)는 5억7200만원에 분양됐지만, 현재 전셋값 호가는 6~7억원에 형성돼 있다. 특히 강남 대체지로 꼽히는 과천과 성남 판교신도시 등에서는 전용면적 84㎡의 아파트 전셋값이 10억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전세시장 불균형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의 부동산 KB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경기도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96.5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 지역의 전세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수도권에서도 정부의 잇단 규제로 매수에서 전세로 돌린 매매 대기 수요와 청약 대기 수요가 늘었지만, 저금리 장기화로 집주인들이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또 '전월세 신고제'를 비롯해 전세금 인상률을 최대 5%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보호3법' 역시 전세시장의 불안 요인 중 하나다.

게다가 전셋값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변수인 신규 공급 물량도 갈수록 줄어든다. 내년부터는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대폭 줄면서 전세난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3만6336가구로, 올해 입주 물량 18만7991가구보다 5만여 가구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지역의 주택 임대시장의 가격 모니터링과 불안 양상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매매에서 사전청약으로 눈을 돌린 수요자들이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수도권 주택임대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청약 대기수요 유입으로 향후 수도권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이 실제 이행될 때까지 일정기간 이상 시간이 걸리는 만큼 수도권 전세난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월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수도권 주택 임대시장의 가격 모니터링과 불안 양상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