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부동산정책 때문에 결혼 포기"…한 청년의 애끓는 호소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집값·전셋값 급등해 결혼 포기 지경 이르러"

뉴스1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청원 글©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집값과 전셋값이 연일 상승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임대차보호법 등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집값, 전셋값이 장기간 동반 상승하면서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청원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청원 내용은 임대차법에 대한 피해 및 대책 요구와 집값 급등에 대한 불만·불안감 호소 등이 주를 이룬다.

'문재인 정부가 폭등시킨 집값을 원상회복시켜라'란 제목의 청원 글은 동의 인원(28일 오후 기준) 1만2000명을 넘어서며 '교통·건축·국토' 분야 최다 추천 청원으로 올라섰다.

최근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부작용을 지적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으로 결혼을 포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란 청원 글이 젊은 층의 주거 불안감을 대변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자신을 '내년 초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으로,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며 엉뚱한 곳에 한눈판 적 없이 그저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소개한 청원인은 "올 초부터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이 나라에서는 세금 착실히 내고, 매일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이 서울에 전셋집 하나 구하기 힘든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며 "저는 주택난으로 결혼을 거의 포기하기까지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번번이 실패하는 것을 수년간 바라만 보며 그래도 적게나마 월급을 모아 어떻게든 집을 사보려 노력했다"며 "그런데 올해 중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해서라도 살 수 있던 서울 제일 끝자락 아파트마저 폭등해 아예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뉴스1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News1 김진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원인은 정부의 특별공급에 대해서도 "로또와도 같은 '생애최초 특별공급' 대책을 당근이랍시고 내놓으며 잠시나마 수요를 이연시켜 놓았다"면서 "수백 대 일에 이르는 경쟁률 속에서 당첨되는 자만 행운을 거머쥐고 나머지 99%는 떨어진 로또 용지를 지갑에 안고 헛된 희망을 품으며 사는 신세가 됐을 뿐"이라며 한계를 지적했다.

청원인은 또 최후 주거 마련 수단이던 전세를 언급하며 "임대차 3법을 통과시킨 뒤 지금 전셋값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나 있냐"며 "지난 1~2월에 매매하던 집값이 지금 전셋값으로 뒤바뀌었다. 그마저도 나오는 전셋집이 거의 없어 부르는 게 값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의식주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가 불안해지며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있으며, 저 역시 이제 결혼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 목소리가 청와대에 닿는다면 제발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제대로 답해달라"며 글을 마쳤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주거유형이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서 월세로 거주할 경우 자가 거주 대비 결혼 가능성이 65% 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자녀 출산에도 영향을 미쳐 무자녀 가구가 첫째 아이를 낳을 확률도 5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집값을 집권 초기 수준으로 돌려놓겠다며 '원상회복' 의지를 거듭 밝혔으나, 목표 달성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20여 차례 거듭된 부동산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면서 매물 부족이 심화하고 집값은 더 올랐다. KB부동산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가격은 문 대통령 출범 당시(2017년 5월) 2322만원에서 올해 9월 3857만원으로 66%(1535만원) 상승했다.

최근엔 설상가상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이 부작용을 나타내면서 세입자와 집주인 간 갈등이 불거졌고, 전세난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08% 올라, 6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두세 달 만에 전셋값이 수억원 오른 단지가 속출하면서 세입자들이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

거듭된 규제에도 집값, 전셋값이 계속 오르자 국민들의 대책에 대한 불신은 커진 상태다. 온라인상에는 '대책만 나오면 집값이 더 오른다' '더 건드리지 말고 제발 시장에 맡겨달라' 등 정부 대책을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임대차법 시행 영향으로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다시 집값마저 자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는 해결책을 찾겠다고 하지만, 각종 규제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jhkuk@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