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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임직원들 2㎞ 늘어서 마지막 길 배웅… “영원히 기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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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장 이모저모

리움·한남동 자택·승지원 거쳐

애착 남달랐던 화성 공장 들러

육아휴직 중 배웅 나온 직원도

이재용 부회장, 내내 침울한 표정

이부진 사장은 오열하다가 휘청

유년기 보낸 의령도 애도 물결

세계일보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비공개로 엄수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은 한국 산업사의 한 시대를 마감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 땅에 ‘초일류 DNA’를 심은 이 회장은 영면에 들었지만, 앞으로의 과업은 우리 시대의 몫이 됐다.

이날 영결식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가족과 일부 인사만 참석한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영결식에 모습을 드러낸 상주 이 부회장은 내내 침울한 표정이었다. 홍 여사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고, 중간중간 눈물을 보이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차에서 내리다가 휘청이기도 해 홍 여사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약력보고를 하던 이수빈 전 삼성생명 회장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여 반도체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하다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 목이 멘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을 기린 추모 영상엔 소년에서부터 한국사회의 한 단계 도약을 이끌어 온 삼성전자 총수로서 이 회장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났다. 발인엔 이 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삼성전자 권오현 상임고문,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 이인용 CR담당 사장, 최재경 고문 등이 함께했다.

장례식장을 나선 운구 행렬은 한남동의 리움미술관을 시작으로 이건희 회장의 한남동 자택, 이태원동의 승지원 등을 차례로 돌았다. 승지원은 선대 이병철 회장의 집을 개조해 삼성그룹의 영빈관으로 쓰던 곳으로, 생전 이건희 회장이 집무실로 많이 이용했다.

이후 운구차량은 오전 11시부터 약 25분간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에 들렀다. 평택캠퍼스에 앞서 준공된 화성사업장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본산이다. 1983년 이병철 선대 회장과 함께 이건희 회장이 직접 사업장 부지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착공·준공식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이건희 회장은 1984년 기흥 삼성반도체통신 VLSI공장 준공식부터 2010년 화성 반도체 16라인 기공식과 이후 준공까지 총 4번의 공식 행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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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작별 28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임직원들이 사업장을 빠져 나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운구차량을 지켜보고 있다. 화성=뉴시스


도착 2시간 전부터 많은 임직원이 나와 회사에서 준비한 3000여 송이의 국화를 들고 약 2㎞에 달하는 화성캠퍼스 내 도로 양편에서 이 회장을 기다렸다. 고인이 기공식·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던 16라인 앞에서는 이 부회장 등 유가족이 모두 하차했다. 이곳에서 과거 16라인 방문 당시의 동영상이 2분여 동안 상영되었고, 방진복을 입은 남녀 직원이 16라인 웨이퍼를 직접 들고 나와 고인을 기렸다.

이 부회장과 유가족은 버스에 다시 오르기 전 임직원들에게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표시했다. 임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협력사 직원들도 함께 나와 고인을 배웅했다. 육아휴직 중에 이 회장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달려 나온 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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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구 차량을 비롯해 유족, 삼성의 주요 임원이 탑승한 운구 행렬은 정오쯤 장지인 이목동 선산의 가족 선영에 도착했다. 수원 선산은 이병철 선대 회장의 부모와 조부가 잠든 곳이다. 장지는 부인 홍라희 여사의 뜻에 따라 고인의 부친인 이병철 선대 회장과 모친 박두을 여사가 묻힌 용인 선영이 아닌 수원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고인을 기리는 목탁 소리를 시작으로 유가족과 스님들로 보이는 행렬이 선영에 설치된 흰색 천막에 입장했다.

이목동 선산으로 향하는 길에는 근처 업체와 식당에서 부착한 ‘고 이건희 회장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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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잠긴 유족들 28일 경기도 수원 선산에 마련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세번째) 등 유족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이병철 회장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이건희 회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경남 의령에도 곳곳에 애도의 현수막이 나부꼈다. 삼성 서초사옥에는 고인을 기리는 조기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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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발인이 진행된 28일 오전 조기가 걸린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모습. 연합뉴스


삼성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도약시킨 이 회장은 2014년 5월 10일 자택에서 갑자기 호흡 곤란 증세가 나타나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심장마비가 와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후 계속 삼성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중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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