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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라이엇의 한국 사랑… 아리따운 한복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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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작가와 손잡고 한복 온라인 전시회 개최 / 전통·현대 어우러진 스킨 제작… 국내 명장들 참여 / 블리자드도 한국형 콘텐츠 ‘꽃가마 디바 스킨’ 선봬

[김수길 기자] 현지 시각으로 지난 2015년 10월 31일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 라이엇 게임즈에서 만든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를 소재로 한 세계 최대 e스포츠 제전 ‘롤드컵’의 결승전이 시작되기 몇 십 분전, 한복을 입은 벽안(碧眼)의 한 해설자가 무대에 자리를 잡았다. ‘롤’ e스포츠 마니아라면 당연히 친숙할 법한 친한파(親韓派) 크리스토퍼 마이클스였다. 지고지순한 한국 사랑에 ‘김몬테’라는 별명도 생긴 마이클스는 평소 한국 팀에 호의적인 발언으로 무릇 친한파로 불렸다. 당시 결승전은 전통의 강호 SK텔레콤 T1(현 T1)과 지금은 사라진 쿠 타이거즈가 맞붙었다. 현장을 찾은 이승현 전 라이엇 게임즈 한국법인 대표는 “마이클스가 한국 팀간 대결을 상징하기 위해 한복을 손수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더 흥미로운 요소를 팬들에게 전하려는 노력이 아니겠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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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 게임즈는 ‘롤’ 챔피언(캐릭터) 중 하나인 아리가 입고 있는 한복에 착안해 ‘아리따운 우리 한복’이라는 온라인 전시회를 열고 있다.


외국 국적의 게임 기업들이 한민족의 정신(精神)과 양식(樣式)의 결정체인 한복에 푹 빠졌다. 영위하는 사업 안팎으로 한복을 스며들게 하는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미국계 기업 라이엇 게임즈는 국가무형문화재 4인, 여기에 한국화 작가와 손잡고 ‘아리따운 우리 한복’이라는 온라인 전시회를 열고 있다. 2012년부터 9년째 전개하고 있는 ‘한국 문화유산 보호·지원’ 사업의 연장선이면서 동시에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더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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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설화를 바탕으로한 아리 인물화.


출품된 작품들은 ‘롤’ 챔피언(캐릭터) 중 하나인 아리가 입고 있는 한복에 착안했다. 아리는 ‘롤’이 한국에서 싹을 틔우던 2012년, 팬 투표를 통해 이름이 정해졌다. 아리는 ‘마음이나 몸가짐이 맵시 있고 곱다’라는 순수 우리말 아리땁다에서 따왔고, 구미호 설화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이 연장선에서 한복을 두른 모습은 아리를 설명하는 첫 장면이 됐다.

‘아리따운 우리 한복’ 전시회 역시 아리의 이 같은 속성을 중의적으로 십분 채용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전통미와 현대미가 조화된 ‘한복 아리’ 스킨을 실물로 제작하는데 초점을 뒀다. 이후 국가무형문화재 4인과 함께 아리만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담기로 했다. 침선장 구혜자, 화혜장 황해봉, 매듭장 정봉섭, 금박장 김기호 명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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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인물화.


분홍빛으로 제작된 한복에는 봉황 장식이 새겨졌고, 신발에는 아리의 대표 스킬인 ‘매혹’을 뜻하는 하트 문양이 올려졌다. 나비 노리개와 허리끈으로 구성된 매듭도 실물로 완성됐다. 남성 한복에는 소환사의 협곡에 등장하는 몬스터 ‘장로 드래곤’이 금박 장식 문양으로 들어갔다. 남녀한복을 각각 입고 있는 아리와 이즈리얼의 인물화도 있다. 한국화 작가 이동연의 작품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그동안 게임 외적인 분야에서도 게임을 경험할 수 있는 여러 문화 산업을 펼쳐왔다. ‘한국 문화유산 보호·지원’ 사업의 각론으로 임직원은 물론이고 게임 콘텐츠 이용자들이 동참하는 문화 체험 기회를 꾸준히 조성했다. 2018년부터는 문화유산을 다루는 인적 자원을 돕기 위해 한국전통문화대학을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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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리얼 인물화.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사회환원사업 총괄은 “게임을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현대 문화의 기반이 되는 전통 문화유산을 보전할 수 있는 사회환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리따운 우리 한복’ 전시회는 한복과 관련된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한복의 아름다움을 대중에 다시 소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복을 향한 애정은 또 다른 미국계 기업 블리자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블리자드는 초·중학생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오버워치’ 상에서 이른바 한국형 콘텐츠인 ‘꽃가마 D.Va(디바)’ 스킨을 선보였다. 한국인 영웅인 디바(D.Va)가 착용한 이 스킨은 색동 한복의 멋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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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의 한국형 콘텐츠 ‘꽃가마 D.Va’.


앞서 블리자드는 한복의 미(美)를 전 세계에 전파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복사랑’ 감사장을 받았다. 게임 업계 최초 사례다. ‘꽃가마 D.Va’ 스킨 제작에 참여한 이학성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한국인 아티스트로서 ‘오버워치’ 등 블리자드 게임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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