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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람 좋으면 꼴찌'[SS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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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LG 류중일 감독이 28일 잠실 한화전에서 연장 11회 승부 끝에 한화에 패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 10. 28.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성백유전문기자]‘사람 좋으면 꼴찌’
1992년 4월에 발행된, 고 이종남 전 스포츠서울편집국장이 남긴 야구책이다. 프로야구 10년을 기념해 만든 이 책의 도입부에는 한국프로야구사에서 가장 순위싸움이 치열했던 1986년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일정을 앞당겨 치른 그해 9월17일은 정규리그 마지막 날이었다. 당시에는 전-후반기로 나눠 정규리그가 열렸고, 후반기 마지막날까지 OB(두산)는 MBC(LG)와 플레이오프 진출이 걸린 승부를 했다. 같은날 MBC는 해태를 9대4로 꺾고 후기리그 31승19패4무(승률 0.620)로 시즌을 끝냈다. OB는 32승20패2무(승률 0.615, 당시는 무승부를 승률계산에서 제외).

OB는 마지막 상대인 롯데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가을야구가 가능했다. 롯데는 이미 5위가 확정돼 의미가 없었지만 에이스 최동원을 내놨다. 19승의 최동원은 3년 연속 20승을 위해 나섰고 OB 타선을 압도했다.

최동원의 호투에 4안타의 빈공으로 8회까지 1-3으로 뒤진 OB는 패색이 짙었다. 그런데 9회말 공격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OB는 김광수의 좌전안타에 이어 등장한 김형석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3-3으로 극적인 동점. 이어 나온 신경식은 좌중월 3루타를 터뜨렸고, 롯데는 중견수 홍문종-정영기로 연결한 공이 악송구가 되며 3루수 김용철이 공을 놓쳤다.

그러나 망연자실한 최동원은 3루 커버에 들어가지 않고 마운드에 그대로 서 있음으로서 OB는 드라마틱한 승리와 함께 가을야구를 하게 됐다. 최동원은 110백개가 넘는 공을 던졌다.

LG는 29일 경기에서 한화에 4회까지 6-0으로 크게 앞섰다. 신예 홍창기가 2게임 연속 홈런을 터뜨렸고, 선발 임찬규는 4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러나 임찬규는 5회부터 흔들렸다. 임찬규는 5회초 1사 후 노수광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이후 내리 3안타를 맞고 교체됐다. 투구수는 111개.

이어 투입된 이민호도 5회에 볼넷 두개와 실책, 2안타를 얻으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LG는 연장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6대7로 역전패했다. 3위 KT가 KIA에 3대4로 패했기 때문에 이날 LG의 패배는 더욱 뼈아팠다.

류중일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총력전을 선언했다. 임찬규가 흔들렸을 때 5이닝을 마무리 해 승리투수가 되는 것을 의식했는지 교체타이임을 놓쳤다. 34년 전 롯데 강병철감독이 최동원을 굳게 믿었던 그 때의 상황을 떠오르게 하는 경기였다. LG는 30일 SK와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패하게 되면 4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sungbaseba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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