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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먹고 살려다"…산불감시원 체력시험에 60~70대 일주일새 3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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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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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감시원.(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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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불감시원 체력시험이 강화된 뒤 시험을 치르던 60~70대 응시자들이 연달아 숨지면서 안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7일 오전 11시10분쯤 경북 군위군에서 산불감시원 채용 체력검정을 마친 지원자 A씨(60)는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인 뒤 사망했다.

군위군 등에 따르면 이날 A씨는 동부리 산길에서 15L짜리 등짐펌프를 지고 1.3㎞를 이동한 후 휴식을 취하던 중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같은 무게의 펌프를 메고 평지 약 400m를 뛰었지만 올해에는 거리가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기준이 강화됐다.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A씨는 119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끝내 숨을 거뒀다.

A씨 유족들은 군위군청이 시험장소를 경사가 있는 산길로 정한 점, 의료진을 출발점 근처에만 배치한 점 등 150여명의 응시자 대부분이 중장년층이었음에도 안전대책이 부실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위군 관계자는 "체력검정 전 준비운동을 충분히 했다"며 "몸 상태가 안 좋으면 하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경찰은 관계자와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A씨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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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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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감시원 체력시험 응시 과정에서 숨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2일에는 B씨(71)도 경남 창원에서 체력검정 도중 쓰러져, 안전요원과 119구조대가 B씨를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숨졌다.

창원시에 따르면 B씨는 15L 펌프를 등에 지고 언덕이 있는 도로 2km를 왕복으로 걷는 체력시험을 치르는 중이었다. 그는 도착지점을 50~60m 앞둔 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지난 21일 울산 북구에서 실시한 산불감시원 체력시험을 치른 60대 남성도 종착점을 지난 뒤 심정지 증상으로 쓰러져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 북구에서 실시한 산불감시원 시험은 15L짜리 펌프를 등에 지고 운동장 1km 구간을 약 12분 만에 왕복하는 평가였다. 지난해에는 약 50m를 선착순으로 달리는 방식이었으며 시간제한은 없었다.

며칠 새 고령자들이 산불감시원 체력시험 과정에서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응시자 나이를 고려하지 않은 체력시험 방식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남 창원 의창구청 관계자는 "산불감시원은 경쟁률이 높아 변별력을 키우려면 체력시험은 필수다. 시험 전 응시자를 대상으로 동의서를 받고 시험과정 등 내용을 충분히 안내한다"며 "시험 응시 평균 연령은 60대 이상이지만 대부분 무리 없이 시험을 통과한다"고 전했다.

한편 산불감시원은 산림청 지침에 근거해 각 지자체에서 모집하며 응시자격은 만 18세 이상이고 연령 상한 제한은 없다. 시험 응시자 평균 연령대는 60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산불감시원 채용 공고에 따르면 주요 업무는 △산림·벌목지대 수시 순찰 △산불 예방에 관한 주민 안내 △산림 연접지·등산로 방화선 구축 △소화장비 유지관리 등이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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