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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美 USTR 유명희 공개지지에 통상 전문가들 "선거판 뒤흔들 대형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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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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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8일(현지시간)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공개 지지한 데 대해 통상 전문가들은 "선거 판을 뒤흔들 대형 변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WTO가 다음달 3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사무총장 선거를 끝내기 위해 사실상 유 본부장의 자진 사퇴를 권한 직후에 '미국은 유 본부장이 이끄는 WTO 체제를 원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 것인 만큼 선거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절차'의 측면에서 보면 '다음달 7일(현지시간) 후보자 만장일치 추대-9일 WTO 일반이사회에서 추천, 빠르면 3일 미국 대선 전 발표'라는 기존의 판은 USTR 성명 발표로 깨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관건은 ▲유 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오콘조이웨알라 두 후보가 임기를 나눠서 맡느냐 ▲투표를 하느냐 ▲재선거를 하느냐다.


재선거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WTO가 호베르투 아제베두 전 WTO 사무총장이 5월 사임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4개월짜리 단기 선거'를 치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투표로 갈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WTO는 1995년 창립 후 20여년간 줄곧 '컨센서스(회원국 간 의견 일치)' 제도를 유지해왔다. 한 번도 사무총장 선거를 투표까지 끌고 간 적이 없다.


오히려 컨센서스에 통과하지 못한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와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 모두 3년씩 사무총장을 맡게 한 전례가 있다. 무어 전 총리는 1999~20002년, 수미차이 전 부총리는 2002~2005년에 각각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20여년간 세계은행에서 근무하는 등) 사실상 미국인이나 다름 없는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아닌 유 본부장을 미국이 지지한 점, WTO 선호도 조사 후 이례적으로 미국이 그와 반대의 성명을 낸 점 등을 보면 미국의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이로써 한국 정부가 사퇴를 해야 할 이유는 없어졌고, 관례상 투표로 가진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무어-수파차이' 전례와 같은 '제3의 안'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표심'의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유 본부장 지지 선언의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근거로 ▲미국 USTR이 성명서에서 유 본부장의 통상 교섭과 정책 수립 경력을 평가한 반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오콘조이웨알라 후보의 재무, 원조 경험은 '통상 실무 경험'으로 인정하지 않은 점 ▲역대 선거에서 표가 갈릴 때 미국이 한 번도 공개적으로 개입한 사례가 없다는 점 ▲미국이 최근 WTO 판정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느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중국의 표심이 쏠리는 후보를 지지하기 어려운 입장이란 점 등을 꼽았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차기 사무총장 재임 후) WTO의 상소 기구 구성 등 전반적인 의사결정 체계 자체를 바꾸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EU와 중국이 지지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보다는 유 본부장이 사무총장이 됐을 경우 미국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좀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WTO의 선호도 조사에서 유 본부장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게 밀렸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퇴' 선언을 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0시5분 낸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최종 선출을 위해 향후 전체 회원국의 의견 일치(컨센서스) 도출 과정을 거쳐 합의한 후보를 다음달 9일 열리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추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는 지금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직 회원국 간 컨센서스를 이뤄가는 과정이 남았으니 그 과정에 참여할 것이고, 합리적으로 결정해서 진행해나갈 것"이라며 "아직 (사퇴 여부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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