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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부동산 때문에 결혼 포기, 文 정녕 모르시나" 30대 또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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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던중 국미의 힘 의원들의 야유에 웃음짓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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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청원 게시판에 올린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에 29일 현재 1400여명이 동의가 쏟아졌다. 자신을 30대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부동산 문제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불안이 이어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040세대들의 눈물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해당 청원 글을 올린 청원인은 "내년 초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이라며 "저처럼 중산층으로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배필을 만나 올 초부터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청원인은 "그런데 대통령님, 이 나라에서는 세금 착실히 내고, 매일을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이 서울에 전셋집 하나 구하기 힘든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며 "저는 주택난으로 결혼을 거의 포기하기까지 이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 주변 참모진을 거론한 청원인은 "지금 집값이 안정됐다고 주변 참모들이 얘기하던가"라고 되물으며 "서울 가장 외곽에 위치한 아파트들 시세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나, 성북구, 노원구, 구로구에 위치한 변두리 아파트 시세를 한 번이라도 확인해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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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호소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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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번번이 실패하는 것을 수년간 바라만 보며 그래도 적게나마 월급을 모아 어떻게든 집을 사보려 노력했다"며 "그런데 그마저도 올해 중순 영끌을 해서라도 살 수 있던 서울 제일 끝자락 아파트들마저 폭등하며 아예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현 정부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등 정책에 대해 99%는 떨어지는 로또용지라고 비판했다. "당첨되지 못한 이 사회 청년들은 집 없이 전전하는 신세를 면치 못할 거라고 확신한다"면서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임대차 3법에 대해서도 청원인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임대차 3법 통과 뒤 지금 전셋값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나 계시느냐"며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라고? 지난 1~2월에 매매하려 했던 가격이 지금 전셋값으로 뒤바뀌었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이어 "이 나라 장관, 관료, 이념에만 사로잡힌 정치인들이 탁상행정으로헛발질하는 동안 그 피해는 오롯이 저 같은 돈 없는 서민들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인은 문 대통령을 지목하며 "지금 이 사태에 대해 도대체 대통령으로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인가"라며 "청년들이 결혼을 안 하는 이유가 부동산에 있다는 걸 정녕 모르시는 건가.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면서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악한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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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구리시의 한 공공임대 아파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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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전세난이 이어지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부동산 관련 호소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한 청원인이 "빚이 무서워 2016년 결혼해 전세로 시작한 순간의 선택이 몇 년 동안 이렇게 좌절감을 가져오게 할 줄 몰랐다"며 "정부는 집값을 잡을 의지가 있으신가"라고 묻는 청원이 올라와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10월 셋째 주(19일 조사 기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2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4월 셋째 주(0.23%)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3주 연속 0.08% 상승을 기록했다. 전세난 현실화에 월세로 몰리는 수요가 몰려 지난달 수도권의 KB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월대비 0.8%포인트 오른 101.2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가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 아파트를 공급해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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